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되는 2월9일 이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명박 청와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수수와 관련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17일 새벽 구속돼 검찰 수사에 한층 가속이 붙으면서다.
이 전 대통령 소환은 검찰 핵심 관계자가 16일 <한겨레>에 “직접(대면)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기정사실이 됐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국정원 특활비 수뢰 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검찰 안팎에선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보다 이후에 무게를 뒀다. 검찰의 ‘전례’가 주요 근거가 됐다. 앞서 검찰의 한 간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당시 대검 중수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에 대한 수사를 잠시 쉬어갔다. 적어도 주요 인사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 공개 수사는 없었다”며 “이미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가적인 행사 때는 검찰이 빠져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스의 비비케이(BBK) 투자금 140억 강압 환수, ‘다스 비자금’ 120여억원 의혹을 밝히는 수사도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국정원 특활비 수사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의 특활비를 수사하면서 ‘이명박 청와대’ 특활비 수뢰까지 일찌감치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청와대의 특활비는) ‘박 특활비’를 할 때 이미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박 특활비’ 건을 일단락해야 할 필요가 있고, 당시 수사팀의 인력 상황도 빠듯해서 ‘우선 하나 끝내놓고 하자’ 이렇게 됐던 것”이라며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안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수사를 진행해오다 지난 12일 관련자 일제 압수수색·소환조사를 기점으로 공개 수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검찰의 준비 정도와 수사 속도를 감안할 때 이 전 대통령 소환이 동계 올림픽 개막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검찰로서는 앞서 구속한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의 ‘구속만기’(최장 20일)도 감안해야 한다. 그 안에 이 전 대통령과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120여억 다스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에라도 이 전 대통령 직접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돼가고 있는 셈이다. 검찰도 여러 갈래 수사의 ‘진도’를 한꺼번에 맞춰 이 전 대통령에게 출석 요구를 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특정인을 목표로, 그림을 미리 그려놓고 하는 수사가 아니다”라며 “이 전 대통령도 직접 조사할 필요가 생기면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소환과 그 이후 ‘처분’ 시점이 동계 올림픽 일정에 걸칠 경우에는 소환 자체가 미뤄질 공산도 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올림픽 기간에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고 기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올림픽 개막 전까지 ‘진도’를 어디까지 나가느냐가 이 전 대통령 소환 시점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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