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김치공장 청년사장 김준휘씨
일감이 많아졌다. 가족들의 손만으로는 부족했다. 청년 사장은 1호 채용 직원을 서슴지 않고 결정했다. 그동안 포장 종이 용지를 얻어가던 할머니였다. 60대 후반의 할머니는 평소 부지런히 새벽부터 동네를 돌았다. “파지 줍는 것보다 김치 만드는 것이 나을 겁니다.” 채용을 약속받은 할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할머니는 첫날 새벽 4시에 출근했다. “30년 만의 직장 출근이라 잠이 안 왔어요. 그래서 일찍 출근했어요.” 그 할머니가 한달 부지런히 파지를 수집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45만원 선이었다. 월세 26만원을 내고 전기·수도세로 5만원을 내면 생활비로는 10만원 남짓 남았다. 청년 김치공장 사장은 첫 월급으로 120만원을 지급했다. 할머니는 흡족해했다. 두번째 채용 직원도 파지 줍던 할머니다. “더 이상 파지 차지하려고 노인네들과 싸우지 않게 돼서 너무 좋아요.” 김치공장에 채용된 70대 할머니는 행복해했다.
화성에서 김치공장을 운영하는 김준휘(32)씨는 미혼의 청년이다. 직원 26명의 중소 김치공장 사장이다. 연 매출은 20억원 정도이다. 김치를 만들어 파는 기업 가운데는 중견기업이다. 애초 김치를 주문받아 집에서 가족끼리 만들어 팔던 수준이었으나 이제 제법 모양을 갖춘 기업이다. 공장부지가 1천여평 되는 이 공장 직원의 65%는 55살 이상이다. 대부분 다른 기업에서는 퇴출될 나이이다. 김씨는 공장 주변의 경제 사정이 어려운 고령자들을 직원으로 우선 채용했다. 고령자뿐 아니라 전업주부도 채용한다. 주부 사원들은 자신의 사정에 맞춰 근무시간을 선택한다. 7명의 주부 사원들은 아침에 남편의 출근을 도운 뒤 늦게 출근하거나, 자녀 통학 시간에 맞춰 일찍 퇴근한다.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쓴다. 분기마다 전 직원이 놀러 간다. 당일치기로 노는 것이 아니다. 1박2일이다. “어르신들은 당신들을 위해 평생 돈을 써본 일이 거의 없어요.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자식들을 위해 쓰신 분들입니다. 그러니 여행도 거의 못 가셨어요.” 김씨는 버스를 대절해 남해안 통영과 경기도 양평, 그리고 강원도 강릉을 다녀왔다.
대학때 공장운영 부친 쓰러져
취업꿈 접고 직접 공장 운영
8년새 연매출 20억 ‘중견기업’ ‘파지 할머니’ 직원 1·2호 채용
26명 직원 65% ‘55살 이상’
“고용문제 해결 도움 주고파” 매주 화요일에는 웃음치료사를 불러 즐거운 ‘파이팅 시간’을 갖는다. 칭찬 릴레이도 하고, 레크리에이션을 즐긴다. 월말에는 생월자 단체 파티를 한다. 그달 생월자는 푸짐한 선물을 받고, 전체 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는다. 함께 미역국을 먹으며 나이 먹은 아쉬움을 달랜다. “평생 처음 생일 축하를 받아보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김씨는 직원들을 부모 모시듯 한다. 연구원이 따로 없다. 직원들 모두 김치 개발의 연구원이다. 연구소는 직원식당이다. 분기마다 자신들이 새로 개발한 김치를 발표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김치를 잘 아시는 분들이 바로 나이 드신 이 땅의 어머니들입니다.” 직원들은 각자 개발한 레시피의 김치를 만들어 서로 먹어보고 평가한다. 그리고 뛰어난 김치는 바로 상품화한다. 경기도로부터 여성고용 우수기업 상도 받았다. 김씨는 대학을 다니며 김치 배달을 했다. 군대를 다녀와서도 집안 일을 도왔다. 하지만 벗어나고 싶었다. 하루 종일 배추를 절이곤 했다. 한때 가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쓰러졌다. 장남으로 자책감이 들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하던 김씨는 졸업 후 한전에 취직하려던 꿈을 접었다. 대학을 자퇴하곤 본격적으로 김치공장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8년 전이다. 20대 젊은 사장답게 회사 분위기를 바꾸었다. 뒤늦게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된 어르신들은 가끔 걱정어린 눈치로 묻곤 한다고 한다. “언제가 정년인가요?” 김씨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일을 하지 못할 만큼 노화되시면 그때가 바로 정년입니다.” 오래된 어르신 직원 가운데는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한 직원도 있다. 김씨는 평소 나이가 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밀려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멀쩡히 일하실 수 있는데, 단지 나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청년실업도 문제이지만, 고령화시대에 어르신 백수도 큰 문제입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라면박람회에 참석해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이라는 구호로 라면에 어울리는 김치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던 김씨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김치를 만들려 애쓴다고 한다. “김치의 용기와 맛을 세련되게 만들면 젊은 세대들이 세계적인 음식이 된 김치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자신의 기업을 사회적기업으로 만들어 이 사회가 갖고 있는 고용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도 했다. “인류가 만든 5대 건강식품 중 하나인 김치를 세계화하는 작업은 젊은이들의 산뜻한 감각과 어르신들의 묵은 손길이 합쳐져야 합니다.” 젊은 패기가 백김치 국물처럼 상큼하다.
화성/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nihao@hani.co.kr
김치공장 청년 사장 김준휘씨.
취업꿈 접고 직접 공장 운영
8년새 연매출 20억 ‘중견기업’ ‘파지 할머니’ 직원 1·2호 채용
26명 직원 65% ‘55살 이상’
“고용문제 해결 도움 주고파” 매주 화요일에는 웃음치료사를 불러 즐거운 ‘파이팅 시간’을 갖는다. 칭찬 릴레이도 하고, 레크리에이션을 즐긴다. 월말에는 생월자 단체 파티를 한다. 그달 생월자는 푸짐한 선물을 받고, 전체 직원들로부터 축하를 받는다. 함께 미역국을 먹으며 나이 먹은 아쉬움을 달랜다. “평생 처음 생일 축하를 받아보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김씨는 직원들을 부모 모시듯 한다. 연구원이 따로 없다. 직원들 모두 김치 개발의 연구원이다. 연구소는 직원식당이다. 분기마다 자신들이 새로 개발한 김치를 발표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김치를 잘 아시는 분들이 바로 나이 드신 이 땅의 어머니들입니다.” 직원들은 각자 개발한 레시피의 김치를 만들어 서로 먹어보고 평가한다. 그리고 뛰어난 김치는 바로 상품화한다. 경기도로부터 여성고용 우수기업 상도 받았다. 김씨는 대학을 다니며 김치 배달을 했다. 군대를 다녀와서도 집안 일을 도왔다. 하지만 벗어나고 싶었다. 하루 종일 배추를 절이곤 했다. 한때 가출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쓰러졌다. 장남으로 자책감이 들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하던 김씨는 졸업 후 한전에 취직하려던 꿈을 접었다. 대학을 자퇴하곤 본격적으로 김치공장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8년 전이다. 20대 젊은 사장답게 회사 분위기를 바꾸었다. 뒤늦게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된 어르신들은 가끔 걱정어린 눈치로 묻곤 한다고 한다. “언제가 정년인가요?” 김씨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일을 하지 못할 만큼 노화되시면 그때가 바로 정년입니다.” 오래된 어르신 직원 가운데는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한 직원도 있다. 김씨는 평소 나이가 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밀려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멀쩡히 일하실 수 있는데, 단지 나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청년실업도 문제이지만, 고령화시대에 어르신 백수도 큰 문제입니다.”
김준휘씨가 운영하는 김치공장 직원의 65%는 55살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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