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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서울시 ‘드라이비트’ 전수조사…정부는 여전히 ‘미적’

등록 2017-12-27 05:00수정 2017-12-27 10:22

화재 취약 건물 통계도 없는 나라
시 “구에 정보 요청하거나
63만동 전수조사도 검토”
실태조사 토대 종합대책 추진

정부는 705만동 조사 엄두못내
“오래전 건물 도면 없을수도”

전문가 “엄청난 수 건물 추정”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복합스포츠시설인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 현장에서 녹아내리는 드라이비트 외장재 뒤로 아직 잡히지 않은 실내 불길이 보이고 있다. 제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복합스포츠시설인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 현장에서 녹아내리는 드라이비트 외장재 뒤로 아직 잡히지 않은 실내 불길이 보이고 있다. 제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시가 63만동에 이르는 서울시내 전체 민간 건축물을 대상으로 드라이비트 공법 적용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드라이비트 공법은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 참사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드라이비트 공법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전국 및 광역, 기초 지역 단위를 통틀어 처음이다. 전국 수백만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드라이비트 공법 건물에 대한 기초 실태조사조차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중앙 정부와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서울 시내에 민간 건축물이 63만동 정도 있는데, 이 가운데 어느 정도가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드라이비트 건축물인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황”이라며 “자치구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거나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건축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체계적인 정보 수집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외장재를 건물 겉면에 붙이는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축비를 아낄 수 있고 단열 효과가 높다는 이유로 1990년대 이후 건축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왔다. 그러나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에 이어 이번 제천 화재 등 드라이비트 건축물에서 잇따라 참사가 일어나면서, 화재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서울시는 앞서 의정부 화재사고 뒤인 2015년에도 시내 도시형 생활주택을 대상으로 드라이비트 공법 활용 건축물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다세대주택, 원룸 등 도시형 생활주택 5066동을 조사한 결과, 화재 위험이 높은 외장재를 사용한 건물이 총 1489동(29.3%)에 이른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달리 정부는 별다른 대처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조차 주저하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 건축물이 어떤 단열재를 사용했는지 일일이 도면을 보고 확인해야 하는데, 오래전에 지은 건물은 도면이 없을 수도 있어 (전수조사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제천 화재 참사는 아직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지나치게 안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스티로폼 드라이비트 공법을 쓴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 입증돼 6층 이상 건물에는 쓰지 못하도록 법규까지 바꾸고도, 기존에 세워진 건물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위험 속에 방치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기준 전국의 건축물 수는 705만여개에 이르지만, 정부는 이 중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 얼마인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광범위하게 드라이비트 공법이 쓰인 탓에 엄청난 수의 건물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김양중 건설기술교육원 외래교수는 “드라이비트 공법은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이 쓰는 건축물에 특히 많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한때 건축물 99%가 드라이비트 공법을 택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도시형 생활주택 조사(2015년) 비율을 단순 적용해도 전국에 최소한 210여만채의 건물이 드라이비트 공법을 썼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인구수에 대비하자면 최소 15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자기가 살고 있는 건물이 위험군에 해당하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신민정 최민영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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