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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어머니, 언니, 지성아” 하늘도 울었던 세 모녀 발인식

등록 2017-12-24 16:14수정 2017-12-24 16:33

제천 화재 희생자 29명중 19명, 24일 발인식
제천체육관 합동분향소 조문 줄이어
이낙연 총리 등도 찾아 유족들 위로
25·26일에도 발인식 이어져
두손스포리움 화재로 목숨을 잃은 할머니, 딸, 손녀의 영결식이 열린 24일 오전 충북 제천시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세 모녀 시신이 운구차량에 실리고 있다. 제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두손스포리움 화재로 목숨을 잃은 할머니, 딸, 손녀의 영결식이 열린 24일 오전 충북 제천시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세 모녀 시신이 운구차량에 실리고 있다. 제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잿빛 하늘이 제천 하늘에 장대비를 뿌리며 함께 통곡하던 24일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1층에는 가족을 하늘로 떠나 보내기 어려운 유가족의 오열도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엄마, 나와.” 제천 화재로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딸은 어머니 김현중(81)씨의 주검이 실린 운구차를 붙잡고 소리질렀지만, 운구차는 말이 없었다.

운구차에는 외할머니에게 대학 합격 소식을 전한 김씨의 손녀 김지성(19)양, 지성양의 어머니이자 김씨의 딸인 민윤정(50)씨가 함께 고인이 되어 실렸다. 친구같았던 세모녀는 그렇게 이날 장지로 떠났다. 김씨의 유가족 및 친지 등 50여명은 그을음처럼 발인식장에 까맣게 주저앉았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29명중 19명의 발인식이 24일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 등에서 엄수됐다. 이날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사우나를 찾았던 3대가 함께 목숨을 잃은 김현중씨 등 세모녀, ‘봉사 천사’로 알려진 정송월(51)씨, 이항자(57)씨 등의 발인식이 열렸다. 제천체육관에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이날 시민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고 이낙연 국무총리 등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어머니”,“언니”,“지성아” 이날 오전 10시30분 검은 상복을 입은 ‘고 김현중씨 세모녀’의 유가족들이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쓰러지 듯 통곡했다. 수척한 얼굴로 안치실로 나온 김씨의 딸 민아무개씨는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순간까지 “엄마 나와”라고 외치며 눈물을 쏟았다. 김씨의 아들들 또한 “어머니”를 외치며 관을 붙잡고 눈물을 떨궜다.

제대로 걸을 수 없어 양쪽에서 부축을 받은 유가족들은 곧이어 나오는 민씨와 김양의 관 앞에서 결국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가족들은 민씨의 영정사진을 어루만지며 “빨리 나와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고 외치며 흐느꼈다. 앳된 얼굴의 김양 또래 친구들도 김양의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쏟았다. 장모님과 아내, 딸을 한꺼번에 잃은 김아무개씨는 쉰 목소리로 목놓아 울었다. 주위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함께 슬퍼했다.

세 모녀는 21일 사고가 났던 사우나에 함께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씨의 딸 민씨와 손녀 김양은 수능이 끝난 기념으로 이날 오랜만에 제천 할머니 집을 찾았다고 한다.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근처 사우나를 찾았던 이들은 화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함께 유명을 달리했다. 세 모녀는 모두 2층 여성 사우나에서 발견됐다. 김양은 최근 서울의 한 대학 국문과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식 전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 장례식장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가족들은 “저희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복합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 안 유가족 대기실 천막 앞으로 희생자 사진과 추모 문구가 적힌 종이 등이 붙어있다. 제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복합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 안 유가족 대기실 천막 앞으로 희생자 사진과 추모 문구가 적힌 종이 등이 붙어있다. 제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 모녀의 발인식에 앞서 이날 오전 9시께 같은 장소에서 영면에 들어간 이항자(58)씨는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지인들과 함께 포장한 뒤 피곤하다며 사우나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이날 추모 예배를 진행한 박정민 목사는 “전 교인들의 찬성으로 이씨를 교회 장로로 추대할 예정”이며 눈물을 훔쳤다. 앞서 23일, 희생자중 한명의 발인이 있었고 25일과 26일에는 각각 4명의 발인식이 이어진다.

제천/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낮 복합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을 찾은 시민들이 영정사진 앞에서 헌화를 한 뒤 기도하고 있다. 제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낮 복합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을 찾은 시민들이 영정사진 앞에서 헌화를 한 뒤 기도하고 있다. 제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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