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생존자, 긴박했던 대피 순간
"창밖에서 불꽃이 튀더니 삽시간에 건물 안에 연기가 가득 찼습니다." 21일 삽시간에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화마가 덮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3층 남자 목욕탕에서 이발사로 근무하는 김종수(64)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연기를 마셔 제천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김씨는 화재 당시 건물 3층 남자목욕탕에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이날 오후 3시 55분께 김씨는 여느 때처럼 목욕탕에서 이발 손님을 받고 있었다. 김씨는 "갑자기 화재 비상벨이 울렸고, 창밖에는 이미 불길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3층에 있던 손님 10여명을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독한 연기가 3층까지 밀려들어 왔고 미처 옷을 입지도 못한 손님들이 줄지어 뛰쳐나갔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이 목욕탕 이발사로 근무한 김씨는 "비상계단을 몰라 혹시 대피를 못 하는 손님이 있을까 봐 3층에서 5분 정도 대피 유도를 하느라 연기를 마셨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로 인한 사망자 13명의 시신이 안치된 제천서울병원 곳곳에서는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숨진 가족의 신원을 확인한 한 유가족은 영안실 앞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화재로 여동생을 잃은 한 유가족은 "평소에는 불이 난 건물 바로 옆에 목욕탕을다녔는데 하필 오늘 그곳을 가서 변을 당했다"며 울부짖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오후 늦게 장례식장으로 오기 시작한 유족들은 사망자를 신원을 확인하려고 영안실 앞에 모여들었다.
이 병원에 안치된 시신 13구 중 10명은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소지품이나 맨눈으로 신원 확인이 어려운 시신은 지문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숨진 29명은 현재 인근 병원 2곳 장례식장으로 옮겨져 안치됐다.
사고로 사망한 경우 경찰 검안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있어 장례 절차를 본격진행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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