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9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가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제천소방서 제공
충북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9층짜리 복합스포츠시설 두손스포리움에서 불이 나 최소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이 건물 2층 사우나에 있던 이용객들이 불길과 연기에 갇혀 사상자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3시55분께 이 건물에 화마가 닥쳐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소방당국은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길이 순식간에 이 건물 전체로 번졌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이 건물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 목격자는 “차량이 아니라 주차장 천장에서 불길이 처음 일어났다”고 말했다고 <와이티엔>(YTN)이 전했다.
소방당국은 신고가 접수된 직후 화재 진압 차량과 구급차 20여대, 소방 헬리콥터 2대 등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건물 내 이용객들이 유독가스와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커졌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타오르는 불길을 피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이용객들이 외벽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되거나, 소방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아찔한 장면도 잇따랐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인 지 1시간40분 남짓 지난 5시40분께 큰 불길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이 건물 2층 사우나에 갇혔던 이용객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녁 8시 현재 소방당국이 신원을 확인한 사망자 김아무개(50·여)씨는 목욕탕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가 난 건물은 피트니스센터와 목욕탕, 레스토랑 등 다중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이뤄져 있어서, 사상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우나 층이 통유리로 돼 있고 안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 사람들이 대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굴절 소방 차량이 한파로 밸브가 터져 한동안 작동하지 않아 고층에 피해 있던 주민들 구조가 지연됐다. 이 때문에 민간업체의 사다리 차량이 고층에 있는 주민 3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유독가스 때문에 소방관들의 건물 내부 진입과 구조는 물론 소방헬기의 접근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제천 화재와 관련해 “신속한 화재 진압과 구조를 통해 인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김부겸 장관은 제천 사고 현장으로 급히 이동해, 현장에서 사고 수습 등을 지휘하고 있다.
제천/신지민 신민정 임재우,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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