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한 건물의 직원들이 머리에 비닐을 쓴 채로 눈을 치우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앞으로 2~7cm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월요일 출근길에 폭설까지 겹치니 지옥이네요.” 경기 김포신도시에서 서울 마포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아무개(38)씨는 18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2시간 넘게 올림픽대로에 갇혀있는 신세다. 버스전용차로가 없어 평소에도 정체가 심한데, 때맞춰 쏟아진 폭설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직장인인 승객들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교통 상황을 직장에 알리고, 창에 낀 성에를 연신 닦으며 초조함을 달래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폭설 소식을 흘려들은 내 책임도 있긴 하지만, 9시10분에야 폭설 상황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8일 아침 서울과 경기도 권역에 많은 눈이 쏟아지면서 출근길 곳곳에서 지각 사태가 이어졌다. 서울 노원구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송아무개(34)씨는 3시간째 운전대를 붙들고 있다. 목적지가 목전에 둔 서강대교에선 삼중 추돌사고로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송씨는 “7시30분에 길을 나섰는데 아직도 도로 위에 있다. 오전 반차를 내야 하는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서울에는 4.0㎝의 눈이 쌓였다. 기상청은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서울에 대설주의보를 발표했다. 같은 시각 인천 2.8㎝, 경기 동두천 5.6㎝, 수원 2.0㎝, 김포 2.5㎝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2∼5㎝ 안팎의 적설량을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상태라 더 많은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고, 또 내리는 족족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이면도로와 골목길에서는 쌓인 눈이 얼어붙어 차량이 미끄러지는 아찔한 장면도 이어졌다. 언덕길이 많은 용산구 일대를 운행하는 마을버스 등은 이날 아침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빙판길을 걷느라 불편을 겪기도 했다. 공덕역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이아무개(33)씨는 “마을버스가 운행을 중단해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했다. 빙판길이라 발에 힘을 주고 걷다보니 허리가 아픈 지경”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눈길 출근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누리꾼은 “2시간째 출근중, 이제는 배가 고프다”라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트위터 아이디 ‘sos***’는 “미끄러운 눈길에서 잘못하다간 출근하다가 (병원에) 실려 갈 것 같다”며 “엄청나게 겁나고 조심스러운 월요일 출근길”이라고 썼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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