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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타워크레인 정부 대책’ 비웃듯…‘위험의 외주화’가 참사 불렀다

등록 2017-12-10 20:08수정 2017-12-10 21:33

정부 대책발표 한달도 안지나
용인서 3명 숨지고 4명 다쳐
올해만 16명, 5년새 38명 숨져

“전체 90% 이상 외주 임대업체”
안전교육·업체관리 부실 원인
사고 현장서 교육 안한채 작업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용인동부경찰서,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동원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전날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에 대한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용인동부경찰서,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동원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전날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에 대한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부가 지난달 16일 타워크레인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대형사고가 벌어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 대책이 외주화 등 현장 안전관리 후퇴의 배경을 바꾸지 못한 채 겉도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 “후진국형 사고” 잇따르는데…대책은 점검중, 법안은 계류중

지난 9일 오후 1시께 경기 용인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건물 34층 높이(85m) 타워크레인의 중간지점(64m)이 부러지면서 옆으로 쓰러져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번 사고까지 올해만 타워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5년간 타워크레인 사고 사망자도 38명으로 늘었다. 특히 2013~2015년 각각 6명, 5명, 1명씩이던 사망자 수는 2016년(10명)에 이어 올해 두 자릿수를 훌쩍 넘기고 있다.

이날 사고는 최근 잇따른 사고와 대책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 전반의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각종 대책에도 공사 현장의 관행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전반의 외주화 바람 속에 타워크레인 운용 또한 영세업체에 하도급으로 맡겨지는 비율이 크게 늘면서, 안전보다는 공기 단축 등 ‘속도전’을 강조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회운 한국노총 전국타워크레인 설·해체노조 위원장은 “현재 건설업체 가운데 자체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전체의 85~90% 이상은 외주 임대업체가 맡고 있다”며 “자체 장비 보유가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인지 2000년대 들어서 외주화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장은 “타워크레인 업종이 완전히 외주화돼 영세업체가 많다”며 “신형 장비를 사려면 최소 5억원이 들고 원가 마진을 회수하는 데만 7~8년이 걸리기 때문에, 값싼 중국산 크레인을 구입해 전국을 떠돌며 작업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군소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실효성 있는 안전 교육과 업체 관리도 어려워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크레인 설치 작업자들은 자격교육 36시간만 받으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이후에는 보수교육조차 받지 않는다”며 “5~6명씩 팀을 이뤄 사업장을 순회하는데 한사람이라도 교육에 참여하면 작업이 안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크레인타워 작업에 투입되는 인부들은 매일 2시간씩 특별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 사고 현장에선 전날 현장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특별안전교육도 건너뛴 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주화는 타워크레인 위에서 장비를 조종하는 크레인 기사와 설치·해체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사와 작업팀이 서로 다른 업체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이해관계에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도 크레인 기사와 작업팀은 각각 다른 업체 소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정부 종합대책에 담긴 안전관리 방안은 갈 길이 먼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종합대책에 따라 타워크레인 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 현장은 정부 점검 대상도 아니었다. 정성균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장은 “크레인이 여러대 있는 곳부터 우선순위를 둬 점검을 실시하다 보니 (크레인) 1대만 작업중이었던 사고 현장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경기지청 근로감독관 15명이 관내 타워크레인 사업장 140여곳 중 45곳만 점검하고, 나머지 사업장은 ‘자율점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입법 절차 등에 따른 대책 마련과 실행 간 ‘시차’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황종철 고용부 산업안전과장은 “대책의 핵심 내용은 크레인 연식 제한과 검사 강화, 원청업체의 책임 강화 등인데, 대부분 법 개정 사항이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이고, 타워크레인의 장비 불량 등 설비 결함 여부와 사고 당시 현장 안전수칙이 잘 지켜졌는지 등을 중점 조사했다. 경찰은 인상작업(크레인을 세우는 작업) 중 움직여선 안 되는 트롤리 등 상부 구조물이 움직였다는 진술과 일부 장비가 부식된 정황 등을 확보하고 관련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신지민 조일준 기자, 용인/이정하 신민정 기자 godjimin@hani.co.kr

종잇장처럼 구겨진 용인 타워크레인
메일기둥 올리다 앞으로 고꾸라져

경찰·국과수·노동부·용인시 등 합동감식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시 물류센터 신축 현장의 종잇장처럼 구겨진 타워크레인은 사고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동원물류의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인시 등의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ㅜ’자 모양 타워크레인의 팔 구실을 하는 가로 방향의 ‘지브’(jib)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휘어지고 꺾여 있었다. 90m 높이의 ‘마스트’(타워크레인의 메인 기둥)는 상부 일부가 부러졌지만 나머지 부분(64m)은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고가 난 크레인은 건설자재 등을 들어 올리는 훅 쪽으로 고꾸라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사고 당일 마스트를 20m가량 높이기 위해 지브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동감식반은 이날 넘어진 형태와 방향, 연결 부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는 사고 타워크레인의 장비 결함 여부와 현장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신동현 용인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합동감식 결과와 현장에서 작업했던 부상자 등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고 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동감식 현장에 온 정회운 전국타워크레인 설치·해체노동조합 위원장은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인상작업 과정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아야 할 ‘트롤리’가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트롤리는 지브에 달린 장치로, 건설 자재를 옮기는 훅의 위치를 조정하는 도르래다. 정 위원장은 “통상 트롤리는 뒤쪽에 무게중심이 있어서 사고가 나면 뒤쪽으로 넘어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으로 넘어갔다. 이는 트롤리가 들린 상태에서 훅이 움직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도 이런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해 기계적 결함인지, 운전자의 과실인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합동감식에는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55)씨의 부인과 자녀도 방문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씨는 다른 작업팀의 일손을 돕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오후 1시10분께 이곳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인상작업 중이던 노동자 7명이 떨어져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크레인은 2012년 프랑스에서 만들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왔다.

용인/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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