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등 전신 ‘성형수술’을 받은 인형의 모습. ㅌ인형병원 제공
반려동물을 넘어 반려인형이 인기를 끌면서 ‘인형병원’까지 등장했다. ‘반려인형’의 상태에 따라 성형·정형외과 등 사람에 빗댄 수술을 해주는 곳을 뜻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ㅌ인형수선집은 올해 초 ‘인형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병원에서 인형 환자는 입원 절차를 거친다. ‘의사’(인형 디자이너)가 ‘환자’(인형) 상태를 진단하면, ‘보호자’(인형 주인)는 입원확인서를 작성한다. 털이 빠져 털 이식이 필요하면 성형외과, 다리가 뜯어졌으면 정형외과, 눈알이 빠졌으면 안과 수술에 대한 동의서를 쓴다. ‘생명윤리법’을 적용받을 리 만무하니, 심지어 ‘전신 복제’도 가능하다.
인형병원을 찾는 환자는 한달 100명 안팎이다. 20~30살 된 곰인형·오리인형 등 고령의 중환자가 많다. 털이 빠지거나 솜이 죽어, 성형·정형외과 수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수다. 최근 들어선 국내 아이돌 그룹의 얼굴을 본뜬 ‘아이돌 인형’ 환자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세살 때부터 매일 밤 안고 자는 흰색 곰돌이 인형의 털이 다 빠져 수술을 예약한 직장인 김아무개(24)씨는 “예삐는 단순히 인형이 아니라 동생이다. 동생이 아프니까 마음이 아프다. 수술을 꼭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ㅌ인형병원 김갑연(57) 대표는 “전에 배와 귀가 찢어진 곰인형을 치료했는데 인형 주인이 정형외과 의사였다. 수선에 만족감을 느낀 주인이 ‘저보다 수술 실력이 좋으시네요’라고 말하더라”며 “앞으로도 인형을 잘 치료해서 ‘보호자’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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