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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전향 장기수’ 장의균, 30년 만의 재심 ‘무죄’

등록 2017-12-01 05:02수정 2017-12-01 22:16

1987년 보안사 불법 체포·연행 뒤 허위 자백
8년간 수감되며 전향 거부… 1995년 만기 출소
법원 “불법체포·감금으로 얻어낸 증거는 무효”
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 당시 보안사가 그린 조직도. MBC 화면 갈무리.
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 당시 보안사가 그린 조직도. MBC 화면 갈무리.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505호 법정. 재판장이 선고를 마치자 피고인석에서 장의균(66)씨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뒤 30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간첩’ 꼬리표를 벗은 장씨는 “고맙습니다”고 수차례 되뇌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영)는 이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8년간 옥살이를 한 장씨에게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증거가 상당 부분 불법체포·감금 등 위법행위로 얻어진 것이라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작년 말 전남 진도군 진도읍에 '옥주서당'을 낸 장의균(61)씨. 1987년 7월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장씨는 2000년 재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작년 말 전남 진도군 진도읍에 '옥주서당'을 낸 장의균(61)씨. 1987년 7월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장씨는 2000년 재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장씨는 전두환 정권 막바지에 기획된 간첩사건의 피해자다.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 재일조선인들과 접촉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1987년 7월 구속기소됐다. 영장 없이 불법 체포된 뒤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서 감금된 가운데 내놓은 허위자백을 근거로 징역 8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10일 동안 잠을 자지 못했고, 나중에는 매도 많이 맞았다. 사실대로 자술서를 썼다가 고치라고 강요당해 나중에는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자백 취지로) 적힌 부분이 많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역 중에도 여러 차례 전향을 요구받았지만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버틴 끝에 1995년 만기 출소했다. 그는 다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이 두려워 2014년 10월에야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장씨를 연행하고 수사하는 과정이 위법했음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상당한 기간 감금된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 없이 조사를 받았다”며 “허위진술을 유발하거나 강요할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나온 자백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또 장씨가 가족들에게 일본 조총련 활동 등을 소개하는 말을 건넨 것을 두고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안전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인 윤혜경(62)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30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지만, 국가의 불법행위 때문에 고통받은 개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피해자들에게 미루기보다, 정부가 과거사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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