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월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우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교회 목사에게 현금을 기부했다는 여러 증언이 영상 녹화까지 된 상태에서 검찰에 수사의뢰됐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목사가 이후 진술을 번복해 권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던 이유까지 조사 단계에서 확보되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고발 대신 수사의뢰만 했고, 검찰은 결국 무혐의로 ‘내사종결’했다.
당시 강원도선거관리위원장(춘천지법원장이 겸직)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를 이끈 최성준 전 위원장, 수사한 춘천지검 강릉지청장은 국가정보원 수사 방해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이다. 최성준 전 위원장은 2014년 자질 논란에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됐고, 최근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언론장악 적폐’로 비판받고 있다. 강릉지청은 권 의원이 아니라 보좌관이 김 목사에게 50만원을 헌금했다고 결론 내렸다.
<한겨레> 취재 결과, 강원도선관위는 2012년 2월 권성동 의원으로부터 50만원을 받은 김호영 목사(당시 강릉시기독교연합회 사무총장)를 두차례 조사하며 일관되게 “권성동 의원한테 직접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영상녹화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김 목사는 “권 의원 보좌관한테 돈을 받았는데 착각했다”고 말을 바꾸려 한 이유까지 상세하게 진술했고, 이 역시 선관위 조사 자료로 검찰에 제출됐다. 당시 선관위는 김 목사가 제출하려던 ‘번복 진술서’를 ‘위증’으로 판단하고 접수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도선관위 직원이 강릉에서 김 목사를 상대로 1차 조사한 뒤, 김 목사가 1차 진술을 번복하는 진술서를 제출하겠다며 춘천까지 왔다. 그때 신고자 등을 조사하며 녹음했던 내용을 들려주면서 ‘목사님이 거짓말해도 되냐’고 묻자 다시 ‘권성동 의원한테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가 돈을 받은 지 6일 만인 2월11일(토요일) ‘번복 진술서’를 들고 강릉에서 춘천까지 오는 길을 그의 사촌동생이자 권 의원의 선거참모인 김아무개(57)씨가 대동한 사실(
▶관련 기사 : [단독] ‘권성동 선거법 무혐의’ 도운 측근, 강원랜드 사외이사로)도 선관위는 파악하고 있었다.
김 목사는 선관위 2차 조사에서 “권 의원이 (19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있는데 강릉 지역을 위해 힘쓰고 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공천이 안 될까봐 진술을 바꾸려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조사 과정은 인권침해 방지 등을 위해 모두 영상녹화되었고, 문답서로 검찰에 제출되었다. 선관위는 당시 수사의뢰서에 “권 의원 쪽 강압으로 김 목사가 진술을 번복한 것 같다”며 “권 의원이 김 목사에 대한 재조사, (번복) 진술서 접수를 선관위에 요청한 점” 등을 근거로 댔다.
당시 선관위 조사는 2단계에 걸쳐 추동력을 잃었다. 당시 선관위 내부에선 김 목사 진술의 일관성, 진술 번복 과정 등을 고려해 권 의원에 대한 고발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 결국 수사의뢰하는 선에 멈췄다. 선관위 조사관들은 그 뒤에도 검찰 기소에 도움이 되도록 강릉 지역 사찰과 교회 등을 직접 훑고 다니며 헌금 명부에 기재된 또다른 ‘권성동’을 찾아 추가로 수사의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 공무원으로 여도 야도 없이 정말 열심히, 목숨 걸고 한 거밖에 없는데 검찰이 뭉갰다”고 말한다.
선관위 조사관들이 당시 김 목사의 진술 번복을 재반박하려고 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목양실(목사 사무실)에서 권 의원 부부를 따로 만나 돈을 받은 게 헷갈리고 착각이 됩니까. 교회 역할이 뭡니까. 비뚤어진 세상, 등불 되어 바로잡는 게 교회이고 종교 지도자 아닙니까.”
김 목사는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한 뒤 석달가량 설교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한겨레>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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