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해안이 어김없이 개발의 이름으로 훼손되고 있어요. 누가 해안을 지켜야 하나요?”
지난 2월11일부터 238일 동안 한반도 해안가만을 걸은 이흥기(57)씨는 안타까움을 말로 표현하기 부족한 듯했다. 서해안 인천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갔다가,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약 7000㎞를 걸었다. 이번이 세번째다. 2007년에 113일(4500㎞), 2012년에 196일(7000㎞)을 걸었다.
제주도와 완도, 울릉도 심지어 독도까지 모두 21개의 섬에 배 타고 들어가 걸었다. “우리 해안이 얼마나 쉽게 훼손되는지를 사진으로 찍어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가 30㎏짜리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저벅저벅’ 해안선을 걷는 이유다.
이번 도보길엔 크게 다쳐 입원하기도 했다. 남해 사천시 해안가 도로를 걷다가 끊어진 길에 칡넝쿨이 덮여 있는 것을 몰라 굴러떨어졌다. 허벅지를 다쳐 구급차에 실려가 8일간 입원하기도 했다. 번갈아 신은 두 켤레의 등산화는 모두 9번 밑창을 갈아야 했다.
“모래사장이 대부분 줄고 있어요. 지자체에서 앞장서 훼손하고 있어요. 개발을 막을 수는 없지만 보존할 것은 보존해야 하잖아요.” 5년 전 보았던, ‘남한 해안가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전남 무안군 현경면 해안가는 다행히 아직 그대로였다. 하지만 곧 개발된다는 소식에 우울하단다. 충남 태안과 무창포의 아름다운 해안 사구도 일부는 눈에 띄게 모래양이 줄어든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동해안 삼척의 초곡해변은 모래가 거의 없어질 정도로 변했다고 했다. “직접 찍은 해안가 사진이 10만 컷이 넘어요. 내년엔 5년마다 변하는 해안가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싶어요. 5년 뒤 해안가를 걸을 때는 드론을 써 망가지는 해안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사진 이흥기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