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the) 친절한 기자들
서울메트로, 지난달 선반없는 전동차 2호선 투입
객실개방감 제고·분실물 방지…이견도 적잖아
내년 200대까지 반입 계획…찬반논란 커질 듯
서울메트로, 지난달 선반없는 전동차 2호선 투입
객실개방감 제고·분실물 방지…이견도 적잖아
내년 200대까지 반입 계획…찬반논란 커질 듯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내 선반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객실 선반이 설치되지 않은 신규 차량이 최근 투입되어 운행되면서입니다.
신문, 소지품, 가방 뿐만 아니라 서민의 ‘애환’까지 잠시나마 올려둘 수 있었던 전동차 선반, 국내 지하철 1호선이 1974년 도입되었으니 43년만에 사라지는 셈입니다.
2호선이 개통된 해는 1980년입니다. 그해 그려진 2호선 전동차 스케치 그림은 아래와 같습니다.
26일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2호선에 (객실 선반이 없는) 신규 차량을 1편성(10량)해 운행을 개시했고 현재 30량이 운행 중”이라며 “올해 말 50량, 내년 말 150량을 추가 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메트로는 객실 개방감 등의 미려도(보는 맛), 분실물 방지, 국외 전동차에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서울시 9호선, 신분당선, 인천공항철도, 대구 3호선 등에선 전체 선반이 없거나, 일부 차량에 선반이 설치되지 않은 전동차들이 ‘우리’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 중국 상하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도 선반 없는 전동차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제작비 절감효과도 있습니다. 새 전동차 100량에 객실 선반을 설치할 경우 6억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새 전동차는 대신 좌석이 넓어졌고, 손잡이 높이도 다양해졌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승객들이 짐을 들고 있거나 바닥에 둬야하는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실제 2014년 서울메트로가 설문 조사한 결과, 현행 유지가 61%, 일부 설치가 28%, 미설치 11%로 나왔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공개된 바 있어요. 그럼에도 서울메트로는 내년까지 선반 없는 신규 전동차 수를 전체 200량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2호선 더 많은 곳에서 선반 없는 새 전동차를 만나겠죠.
2호선은 이용객이 가장 많은 순환선이라 선반이 없는 전동차는 배낭(백팩) 등 승객의 짐이 대신 공간을 차지하면서 탑승 인원을 제약할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서울메트로도 기대하듯 누구든 선반에 소지품을 놓고 내리는 일은 없겠네요.
서울메트로의 어떤 결정이든 뜨겁게 부각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하루 평균 수송객 규모는 682만명에 이릅니다. 세계 도시 지하철 가운데 1위예요. 2015년 기준 1~4호선(구 서울메트로) 이용객은 415만명, 5~8호선(도철)은 267만명이었습니다. 올해 두 공사가 서울메트로로 통합되면서 이 공사의 하루 수송규모가 700만명에 가까워졌습니다. 베이징지하철 674만명, 도쿄메트로 622만명, 뉴욕지하철 547만명을 거뜬히 앞섭니다.
수도권에서 유입하는 인력도 많겠지만, 기계적으로 따졌을 때 서울시 인구의 70% 정도가 매일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작은 변화 하나에 서울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용 규모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상이 변했고 또 변해갑니다. 잠시 과거를 회상해 보실까요.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1980년 2호선 전동차 스케치 그림. 서울시 제공
객실 선반이 설치되지 않은 서울지하철 2호선 신규 차량. 서울메트로 제공.
객실 선반이 설치되지 않은 서울지하철 2호선 신규 차량. 서울메트로 제공.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운행될 전동차 6량이 1974년 3월 28일 부산항에 입항해, 시운전에 투입되었습니다. 서울시 제공
1980년 11월 2호선 전동차. 남덕우(왼쪽 3번째) 당시 국무총리가 우선 개통된 2호선 신설동~잠실종합운동장 구간의 지하철을 시승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제공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UAE 두바이, 중국 상하이의 선반이 없는 전동차들입니다.
붙임 : 1보가 나간 뒤 10여분 만에 한 독자께서 메일을 주셨습니다.
“저는 지하철공사의 상업성이 근저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선반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선반을 없앤 것은 광고 때문인 거죠. 선반 때문에 광고가 잘 안보이죠. 신분당선도 선반이 없어서 매우 불편합니다. 베낭에 얼굴이 닿기도 하고…. 선반 없는 자리는 광고가 차지하죠.. 결국 선반 공사비 아끼고 광고를 더 유치하기 위한 수작이라 생각됩니다.”
아, 그렇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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