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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인용 독방’ 쓰는 박근혜와 수용자 5만6천명의 인권

등록 2017-10-24 13:59수정 2017-10-24 14:28

[동네변호사가 간다]
6~7인용 방을 개조해 혼자 쓰는 박근혜
약 3평에서 6명이 지내는 일반 수용자들
“죽을병 아니면 외부 병원 가기 어렵다”는데
박근혜는 발가락·허리 통증으로 2번 진료


노회찬 의원이 1989년 겨울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얘기다. 당시 공안검사였던 황교안 전 총리는 고교 동창 노회찬을 자기 방으로 불러 포승줄과 수갑을 풀어주고 커피와 담배를 주었다고 한다. ‘어떻게 지내냐’는 인사에 노 의원이 ‘서울구치소가 새로 옮겨서 겨울에 덜 춥고 괜찮다’고 하자, 황 검사는 ‘그게 문제다. 서울구치소 지을 때 내가 가서 “구치소라는 게 이렇게 따뜻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라고 말했단다.

지난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침대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구치소는 ‘박 전 대통령은 6~7인용 방을 개조해 혼자 사용 중이며, 접이식 매트리스를 사용하고 있고, 난방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맞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일반 수용자들에 비해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렇다면 그 ‘일반 수용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죄지은 놈들이 무슨 인권 타령이냐’는 정서 탓이 크다. 국회의원들도 인기를 먹고 사는지라 유독 수용자 처우 개선에는 소극적이고, 교정행정 관련 예산은 늘 부족하다. 하지만 수용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말하는 건 그저 수용자들을 편하게 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 같아선 구치소나 교도소가 외려 ‘교화와 건전한 사회 복귀’를 저해하는 환경이니 이를 고쳐나가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어 있는 동안 두 차례 외부 병원진료를 받았다. 한번은 발가락, 또 한번은 허리 때문에. 일반 수용자들이 밖에 나가 병원진료를 받는 것이 가능할까. 형집행법에서는 필요한 경우 외부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난해 구치소나 교도소의 건강권 실태 조사에 참여하면서 만난 수용자는 ‘외부 의료시설은 고사하고 의무실 이용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웬만큼 아픈 걸로 의무실에 가면 ‘꾀병환자’ 취급을 받기 십상”이어서 “정말 심각하게 아플 때 꾀병환자 취급을 받을까봐 아파도 의무실에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죽을병이 아니면 외부에 나가 병원 진료를 받는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구치소에서 만난 수용자들 역시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겠다고 해도 외부 의료시설을 이용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과밀수용 역시 문제다. 박 전 대통령이 ‘특혜’를 받아 수감된 독방의 크기는 10.6㎡(3.2평)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6년 자료를 보면, 서울구치소의 경우 일반 수용자들은 3평이 채 되지 않는 방(8.48㎡)에서 6명이 지내고 있다. 모로 누워야 다 같이 잠을 잘 수 있고 다리를 제대로 뻗기도 힘든 크기다. 신영복 선생이 1985년 옥중에서 보낸 편지에 적어놓았던, “(여름이 되면) 좁은 잠자리 때문에 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하고,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하며,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 일”(<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현행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은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구치소 내 과밀수용행위가 위헌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전국의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인원의 규모는 5만6천명이다. 싫든 좋든 이들 수용자는 형을 마치고 사회에 복귀한다. 이들이 출소 이후 사회에 잘 적응해 안착하는 건, 이들의 삶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지난 정부의 비서실장, 청와대 수석, 장관, 차관이 몇 달 전부터 구치소 밥을 먹고 있다. 이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 전에 미리 구치소나 교도소 경험을 할 기회가 있었다면, 우리 교정 현실이 훨씬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본다.

정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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