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위와 통화 뒤 미국 출국설
23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여’를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정원과 검찰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국정원이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게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언론 활용 지침까지 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인규 중수부장을 만난 건 국정원의 강아무개 단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단장은 이 부장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자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동정 여론 차단을 위해 ‘노 전 대통령 망신주기’를 요구했다. “고가 시계 수수는 중요한 사안이 아닌 만큼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을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는 ‘언론플레이’ 방침까지 전달한 것이다.
이후 방송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쪽의 ‘명품시계 수수’ 및 ‘논두렁 투기’설이 보도되자, 당시 대검은 “그런 진술을 확보한 바 없으며, 제보자를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부장 본인도 2015년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당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적폐청산 티에프는 이날 “노 전 대통령 쪽의 ‘명품시계 수수’를 최초 보도한 <한국방송>(KBS) 기자는 조사 과정에서 보도 출처에 대한 확인을 거부한 반면, ‘논두렁 투기’ 기사를 처음 보도한 <에스비에스>(SBS) 기자는 ‘투기 관련 내용을 검찰에서 들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티에프는 또 이날 지난 7월10일 이 전 중수부장이 티에프 조사관과 한 통화에서 “(‘논두렁 시계’와 관련해)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며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티에프는 검찰 수사 기록에서 ‘논두렁 투기’ 관련 진술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해당 수사 기록을 열람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지난 8월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현재는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한겨레>는 이 전 부장과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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