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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해외서버·익명 SNS…처벌 어렵게 진화하는 온라인 집단 괴롭힘

등록 2017-09-26 14:03수정 2017-09-26 16:03

점점 지능화 되는 사이버불링
해외서버·익명 SNS·공기계 사용해 증거 없애
“사이버 학교폭력 예방교육 필요”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이버불링’(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 괴롭힘)이 진화하고 있다. 추적이 쉬운 카카오톡 등 국내 메신저 대신 해외에 서버를 둔 에스엔에스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추적이 힘든 공기계를 활용하는 식이다. 사이버불링은 ‘부산 중학생 폭행’ 사건처럼 오프라인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예방 교육과 대책이 요구된다.

지난 1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 3학년 담임 ㄱ씨는 한 학생으로부터 ‘비밀채팅방’에 대한 제보를 들었다. 3학년 남학생 9명이 페이스북 채팅방에서 포르노 동영상을 공유하고, 같은 학교 여학생에 대해 성적 비하를 일삼는다는 소문이었다. 그러나 조사에 나선 ㄱ씨는 난관에 부딪쳤다. 채팅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화 내용을 삭제해 증거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경찰에서 수사를 한다고 해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증거가 없어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는 열리지 못했다.

최근에는 익명 앱으로 사이버 불링을 하는 경우도 많아 일선 학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중학교 학생 4명은 한 여학생 ‘애스크에프엠’(Ask.fm, 사용자들끼리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답형식의 에스엔에스) 계정에 해당 학생을 모욕하는 글을 남겼다. 애스크에프엠은 자유롭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형식의 에스엔에스로, 특정인 계정에 아무나 가서 익명으로 질문을 올릴 수 있다. 글에 대한 소문은 교내에 빠르게 퍼졌고, 피해학생은 충격에 빠졌다. 학교는 가해사실을 인정한 학생 3명에게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끝까지 부인한 1명은 처벌할 수 없었다. 익명으로 남겨진 글이라 본인이나 목격자의 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일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공기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욕설·조롱 메세지’를 보내기도 한다. 공기계는 와이파이에 연결해 인터넷은 사용할 수 있지만, 전화를 개통하지 않은 스마트폰이다. 자주 스마트폰을 바꾸는 요즘의 추세에 따라 청소년들은 손쉽게 공기계를 구해 동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무료 제공하는 와이파이에 접속해 피해자를 괴롭힌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아이피(IP) 주소를 통해 접속한 지역은 알 수 있지만, 사용자에 대한 세부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가해 학생이 잡아떼면 학교에선 증거를 찾기 어려워 학폭위 자체가 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학부모가 고소하지 않을 경우 학폭위가 열려도 경찰은 수사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한 학교전담경찰관은 “요즘 학교폭력은 사이버 폭력과 물리적 폭력의 비율이 3대7 정도”라며 “대부분의 단순폭행 사건도 사이버 상에서의 갈등이 ‘현피’(온라인에서 벌어진 다툼이 실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로 번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10대들의 사이버 학교폭력 수법은 점차 교묘해지고 있는 데 반해 학교의 예방교육이나 경찰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김은희 숙명여대 교육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사이버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상담해보면 ‘피해자를 직접 때린 것도 아닌데’라는 식으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폭력 피해가 발생한 뒤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징계를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학교폭력이 왜 잘못인지를 가르치는 예방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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