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인 방송인 김미화씨가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올라 고초를 겪었던 방송인 김미화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19일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민·형사상 고소를 할 것이며,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에 가담한 이들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고소 범위를 정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1년 4월에 8년간 진행해온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뚜렷한 이유없이 하차해 외압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정부 비판적인 방송인으로 분류돼 국정원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날 김씨는 “2010년에 〈KBS〉에서 있었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출석한 이후 처음 검찰에 나왔”며 “심경이 매우 안 좋지만 이번 사건의 낱낱이 발혀질 수 있도록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얘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명박 정부와 당시 국정원에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부끄러움 없이 백주 대낮에 활보하고 있다는 게 어이상실이다. 청와대에서 (명령을) 하달하면 국정원이 실행했고, 방송국 많은 간부 이하 사장님들이 그것을 충실하게 지시대로 이행하면 국정원이 다시 청와대와 이 전 대통령에게 일일보고를 했다는 게 관련자 진술이나 수사 처리 과정에서 나왔다”며 “그런 것들을 실행하도록 시킨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이게 실화냐’(는 생각이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또 “국민들을 적으로 돌리고 사찰하면, 어느 국민이 이 나라를 믿고 활동을 하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씨는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피해를 본 상황을 떠올리며 “그때 트라우마 때문에 이런 자리에 다시 서는 게 두렵고 힘들다. (피해를 당한 게) 왜 하필 나냐고 한탄을 한 적도 있다”면서도 “비슷한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 동료·후배를 위해서 선배로서 기꺼이 이 자리에 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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