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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0년 새 순직 소방관 51명…“여긴 죽어야 관심받는 분야”

등록 2017-09-18 12:14수정 2017-09-18 22:05

강릉 석란정 화재 진압 중 소방관 순직
“소방관 희생 때만 처우개선 관심 씁쓸”
‘소방관 처우 개선 공약’ 아직 체감 못 해
강원도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강원도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강원도 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두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뒤 열악한 소방관 직무 환경이 다시 한번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선 소방관들은 “소방관이 희생될 때만 처우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 씁쓸하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8일 <한겨레>가 서울 여러 소방서에서 만난 소방관들은 이번 두 소방관 순직의 원인이 소방관 인력 부족 문제라는 데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34년차 베테랑 소방관 ㄱ씨는 “적은 수의 인원이 현장에 나가다 보니 화재 난 건물이 무너질지, 곧바로 건물에 들어가서 불을 진압해도 되는지 등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강릉 사건도 현장에 소방대원이 더 많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고 말했다. 4년차인 ㄴ 소방관은 “강원과 서울의 상황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서울도 (출동 횟수가 더 많은) 구급 쪽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소방공무원은 3만2460명이다. 소방기본법에 따른 최소 현장 인력 5만1714명에 크게 못 미친다. 14년차 ㄷ 소방관은 “적정 인원은 1개팀당 11명 정도인데 현실은 9명밖에 안 된다. 3명이 운전하고, 구급차 요원으로 2명 빼고 나면, 화재 진압할 인력은 3~4명 정도”라고 말했다.

강원도 내 소방 인력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강원도 소방 인력은 2589명으로 법정 필요 인력 4431명의 58%에 불과하다. 강원도의 한 소방관은 “소방 인력과 장비 등을 법적 기준에 맞게 확충해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국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1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을 끄다 순직한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의 합동분향소에서 동료 소방관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을 끄다 순직한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의 합동분향소에서 동료 소방관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5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쓰는 장갑을 자비로 구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빗발쳤다. 그해 6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불볕더위 속에 방호복을 착용한 현직 소방관들이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2015년 담배 개별소비세의 20%를 소방교부세로 삼아 소방예산 지원에 쓰도록 했다. 소방교부세는 지자체의 소방안전예산 확대와 소방안전시설 확충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12년차 ㄹ 소방관은 “서울은 비교적 개인 장비 사정이 좋아졌지만,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며 “지방에 있는 후배가 ‘장화 좀 달라’고 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ㄱ 소방관은 “‘소방관들이 장비를 해외직구 한다’고 알려진 뒤 개인 장비들은 충분히 지급되고 있다”면서도 “구조 장비 중 하나인 유압스프레더는 1995년 제품을 아직도 쓴다. 구급차는 소방서 산하 안전센터마다 1대뿐이다. 1대를 갖고 매일 돌리니 차 수명이 줄고 고장이 잦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순직 사고 때만 소방관 인력과 처우 문제에 반짝 관심이 쏠리는 사회 분위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ㄷ 소방관은 “이번에도 의례적으로 잠깐 관심을 받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2008년 이래 전국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1명이다.

박수진 신민정 최민영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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