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11일 내놓은 ‘이명박 정부 시기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 조사 결과 실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된 이들은 ‘의심’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뻔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1년 국정원의 라디오 진행자 교체 유도 공작 등으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문화방송)에서 하차한 방송인 김미화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때 민간인 사찰자 명단에도 내가 포함돼 있었는데, 국정원에서 또 다른 게 나왔냐”며 “당시 국정원 직원이 나를 찾아왔다고 했더니 국정원에서 고발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런 게 있어서 그런지) 고소는 못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국정원이 한 사람을 놓고 한쪽 방향으로 여론을 계속 유도한 건 그 사람을 그냥 매장시킨 거다. 어마무시한 시절을 잘 견디고 넘어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대학을 세번이나 옮겨야 했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강의를 시작한 지 3주도 되지 않아 잘린 경우도 있었다”며 “(정권 차원에서 개입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구석들이 꽤 있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강연도 섭외됐다가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검찰과 경찰이 내 은행 계좌를 들여다본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2008년 소설 <아리랑>의 드라마화가 결정됐다가 무산된 조정래 작가는 “금강산 총격 사건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족 문제는 천년대계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냐. 사람이 죽었으면 협상을 해서 풀어야지, 남북관계를 파탄내면 어떡하냐’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는데, 그것 때문에 정권이 나를 나쁘게 봤을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지은 최원형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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