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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죄책감 갖게 만드는 부정확한 성교육…‘낙태의 진실’ 호도

등록 2017-09-12 07:50수정 2017-09-12 09:16

[밥앤법]

1984년 미국의 낙태 동영상,
사체 조각 보여줘 잔인함 부각
대부분 낙태는 임신 12주 이전
“영상은 후기 태아…과장된 교육”
1984년 미국에서 제작된 낙태 반대 교육 영상 <소리 없는 비명>.
1984년 미국에서 제작된 낙태 반대 교육 영상 <소리 없는 비명>.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은 낙태에 관한 성교육부터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창 시절 성교육 시간에 사용된 낙태 영상은 부정확한 정보로 낙태에 대한 죄책감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잘못된 성교육’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984년 미국에서 발표된 <소리 없는 비명>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한국의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 교재로 사용됐다. 영상에는 여성의 뱃속에 있는 태아를 수술 도구로 끄집어내려 하는 장면이 나온다. 태아는 공포에 질려 몸을 피하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잠시 뒤 처참한 모습의 태아 사체와 조각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이 영상은 낙태 수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였다.

그러나 이 영상 속 태아는 임신 3기(임신 24주 이후) 이후의 모습으로, 실제 대부분의 임신중절 수술이 임신 12주 이전에 이뤄지는 현실과 다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 모임 ‘비웨이브’(BWAVE)는 “실제 대부분의 낙태가 이뤄지는 12주에는 태아 크기가 2인치에 불과하다. 이 영상은 임신 후기의 태아를 보여줌으로써 사태를 교묘히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하충식 한마음창원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도 “대부분의 낙태가 이뤄지는 임신 12주 이전에는 태아가 고통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감각이 발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 모임 ‘비웨이브’(BWAVE) 회원들이 5월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임신중단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 모임 ‘비웨이브’(BWAVE) 회원들이 5월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임신중단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임신 3기 이후 낙태로 한정한다고 해도 이 영상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영상 제작 당시 존 호빈스 예일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 영상 속 초음파 영상은 처음에는 느리게 재생되다가 수술 도구가 삽입되는 순간부터 영상을 고속 재생시켜 태아가 위협을 느끼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태아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입을 벌린 채 지내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당시 영상을 만든 산부인과 의사 버나드 네이선슨은 “태아를 자세히 보여 주기 위해 화면을 정지하거나 느린 화면을 사용한 부분이 있지만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화면을 사용한 적은 없다”며 “영상에서 태아가 보인 반응을 보면 원시적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태아가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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