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14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민간인 여론조작 조직인 ‘사이버외곽팀’ 민간인 팀장 30명을 특정해 수사의뢰 방침을 정하면서, 검찰도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관련 자료에 대한 본격 분석에 착수하는 등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정권의 외압으로 사실상 수사를 멈춰야 했던 검찰은 이번 ‘대선·정치개입’ 사건 재수사로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처지다.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 재수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로부터 ‘사이버외곽팀’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국정원 적폐청산태스크포스(TF)는 국정원이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사이버외곽팀’ 30개 팀을 꾸린 뒤, 인터넷 등에 특정 인물·정당을 종북세력으로 묘사하는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거나 대선에 개입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자료에는 ‘사이버외곽팀’의 운영 시기와 방식, 목적, 조직 규모, 불법 여론조작에 동원된 일부 민간인의 신상과 이들이 사용하던 아이디(ID)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정원 개혁위가 ‘민간인 팀장 30명’을 구체적인 수사 의뢰 대상으로 적시한 만큼, 관리자급 민간인에 대한 신상 파악은 이미 끝낸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쪽에서 넘어온 자료 분량이 많지 않아 검찰의 자료 검토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수사를 맡게 된 서울중앙지검 진재선 공안 2부장을 비롯한 수사팀이 최근 인사이동으로 오는 17일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는 만큼 검찰은 수사팀 진용이 갖춰지는 대로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검찰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은 2013년 수사로 내용과 흐름이 파악돼 있고, 재수사를 대비해온 부분이 있는 만큼 빨리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장 수사 의뢰된 민간인 팀장들을 상대로 당시 활동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말 국정원 개혁위의 2차 발표 이후 상당 분량의 조사 자료가 추가로 넘어오면 수사 규모와 기간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적인 지시가 담긴 ‘말씀자료’ 추가 녹취록도 태스크포스를 통해 확보해 이를 재판에 추가 증거로 제출할지 검토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의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은 30일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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