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체 <닷페이스> ‘우리 선생님은 페미니스트’ 편 갈무리.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고자 서울시교육청 지원으로 교내 페미니즘 공부 모임을 결성한 초등교사들이 누리꾼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혁신학교인 위례별초등학교(서울 송파구) 교사 21명이 그 주인공이다.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 ‘우리 선생님은 페미니스트’ 편에 최근 이 학교의 최현희 교사가 출연해 “페미니즘은 인권의 문제다. 또한 페미니즘으로 아이들이 우리 공교육의 교육과정 중 하나인 비판적 사고능력을 길러낼 수 있다”고 밝힌 게 발단이 됐다.
임경선 작가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딸아이의 초등학교에도 위례별초등학교처럼 ‘방과후 페미니즘 동아리’와 최현희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면 얼마나 좋고 든든할까. 초등학교부터 인권과 성평등 교육이 고루 실시되면 좋겠습니다”라고 썼고 “페미니즘을 교육으로 끌어오는 선생님이 많아져야 한다. 힘을 실어주세요”(@jhzo*****) 등 최 교사와 위례별초 교원학습공동체 ‘페미니즘 북클럽’ 모임 소속 교사들을 응원하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줄잇고 있다. 누리꾼들은 서울시교육청에 위례별초 교사들의 페미니즘 교육 움직임을 모범 사례로 삼아 다른 곳으로 확산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위례별초등학교 교내 페미니즘 단체를 지지하는 민원을 썼다는 시민의 트윗. 트위터 갈무리
반대 의견도 있다. “페미니즘이 사고력을 키운다고? 파시스트 같은 소리”(순*) “페미니즘을 빙자한 여성우월주의 남성혐오주의자가 교단에 서다니?”(나***) “아들 가진 부모인데 페미니스트 교사라니 가슴이 진정되질 않습니다”(sa*****) 같은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 학교생활 정보 서비스 ‘스쿨TALK’ 서울위례별초등학교 페이지에는 ‘페미니스트 교사’에 대한 글이 쏟아지고 있다. 8일 오후 2시50분 기준 4300개 넘는 게시물이 등록돼 찬반 논쟁 중이다.
위례별초 ‘페미니즘 북클럽’ 소속 교사들이 당장 ‘페미니즘 수업’을 한 건 아니다. 최 교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앞으로 페미니즘 수업도 해야겠지만, 꼭 수업이라는 형식이 아니어도 가르칠 수 있다. 교육은 학생과 교사가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모든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아 페미니즘 공부 모임(‘페미니즘 북클럽’)이 꾸려졌고 교사 21명이 참여하고 있다. 교사들부터 성평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평소 언어습관과 사고를 점검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페미니즘을 정식 수업 시간에 ‘학습’시킨 게 아니라 생활에서 ‘체득’시키려는 취지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페미니즘을 가르치는지 물었다. 최 교사는 “남자아이들에게 ‘남자가 왜 울어? 라는 말을 들어봤냐’고 질문하면 대부분이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는 왜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안 될까?라고 다시 질문하면, 아이들이 참고 억눌렀던 경험을 몇 시간씩 쏟아낸다. 그러다가 깨닫는다. ‘나는 왜 남자라는 이유로 감정을 감춰야 했지? 우는 건 여자나 하는 일이란 뜻인가? 그건 여자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변한다”고 설명했다.
여자아이의 경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최 교사는 “여자아이들은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우는 경우가 많다. 그땐 이렇게 제안한다. ‘다 울고 감정이 정리되면 그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운다고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가르친다. 다이어트 고민도 많이 하는데, 그때도 질문한다. ‘여자는 왜 마르고 날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건 여자가 날씬하길 바라는 우리 사회의 시선 아닐까? 왜 타인의 시선을 따라 내 몸을 만들어야 할까?’ 아이들은 어른보다 생각이 유연하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어마어마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공정심과 정의감이 뛰어나고, 어른보다도 앎과 삶이 연결되어 있다. 아는 것이 삶으로 그대로 간다”고 페미니즘을 학교 교육에 가져온 이유를 설명했다. 최 교사는 성평등 교육이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즘은 (남성 위주의) 폭력적 질서에 의문을 품고 그 질서를 흔드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이상수 대변인은 “학습 주제가 페미니즘이라고 해서 교사들의 독서 모임이 제재받을 일은 없다”며 “인권 교육은 학교 재량껏 할 수 있다. 교육청이 페미니즘 교육을 제재할 것도 권장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석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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