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추모집회
온라인서 ‘#왁싱샵 여성혐오 살인사건’ 해시태그도
온라인서 ‘#왁싱샵 여성혐오 살인사건’ 해시태그도
혼자 왁싱(제모) 업소를 운영하던 30대 여성이 손님을 가장해 찾아온 30대 남성에게 살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제2의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에스엔에스(SNS)에선 1년 전 강남역 사건 때처럼 ‘#왁싱숍여혐살인사건’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오는 6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선 ‘여혐(여성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도 진행된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저녁 8시20분께 배아무개씨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ㄱ씨의 왁싱 업소에 시술을 예약하고 찾아가 주인인 ㄱ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씨는 인터넷방송을 통해 한 남성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ㄱ씨의 왁싱숍에서 시술을 받는 모습을 시청했고, 해당 왁싱숍이 강남구에서도 인적이 드문 동네에 위치하며 ㄱ씨가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한다는 사실을 안 뒤 카카오톡으로 시술을 예약했다. 시술을 받은 뒤 배씨는 준비해 간 흉기로 ㄱ씨를 위협해 체크카드를 빼앗고 ㄱ씨에게 강간을 시도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강도살인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배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배씨가 재판에 넘겨졌다는 보도가 나온 1일부터 에스엔에스에선 ‘#왁싱샵여혐살인사건’ 해시태그가 등장해 관련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여자가 혼자 일한다/산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만으로 어떤 위험에 처하는지. 죽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을 사건은 얼마나 많을까”(@d―al*****) “여자 혼자 일하면 위험하다고 말하지 마세요. 여자 혼자 일한 게 잘못이 아닙니다. 여자 혼자 있다고 죽인 게 잘못입니다”(@luxe*****) “원한 관계도 아니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됐다. 화장실에서, 일터에서, 일상에서”(@Cana*****) “나는 오늘도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고 수많은 여자가 죽음을 간발의 차로 피하고 있다”(@Repi*****) 같은 글이 수천 건씩 공유되며 공감을 얻고 있다.
추모와 함께 분노를 쏟아내는 누리꾼들의 움직임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퍼지는 중이다. ‘아프리카 티브이(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모임은 이번 주말인 6일 낮 12시부터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이번에도 여자라서 죽었다’라는 표어 아래 여성 살해를 사회문제로 공론화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지난해 5월 강남역 근처 한 건물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처음 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자를 추모하는 쪽지 수천장이 붙고 여성단체들의 집회가 잇달아 열린 곳으로,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를 규탄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아프리카 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페이지 갈무리
‘남자들아, 여자 그만 죽여라’. 여성을 살해하는 남성 문제를 사회문제로 공론화하기 위해 오는 6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시위를 하는 ‘아프리카 TV 여혐살인 공론화 시위’ 모임 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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