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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지의 세계·은둔의 왕국? 외국인들이 ‘북한 여행’을 떠나는 이유

등록 2017-06-21 15:54수정 2017-06-22 16:04

여행사들 “북한, 이색적이고 안전한 국가”로 소개
CNN “지난해 중국인 제외한 북 여행객 4천명”
웜비어 사망하자 여행사들 “여행 주선 중단”
북한을 방문 중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양의 한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북한을 방문 중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양의 한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가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끝내 숨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북한 여행’을 둘러싼 논란과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에게 제한적인 관광을 허락하고 있다.

20일 미국 CNN은 “지난해 중국인을 제외하고 북한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4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관련기사 링크) ‘비인기 지역’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북한 여행을 알선하는 여행사들은 웜비어가 이용했던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를 비롯해 ‘고려투어스’‘우리 투어스’‘뉴코리아 투어스’ 등 30여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여행사는 “은둔의 왕국”“잊지 못할 경험”“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안전한 나라” 같은 문구와 사진을 이용해 북한을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나라로 소개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올리는 호평 섞인 여행 후기도 북한 여행에 대한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셜네트워크와 연동된 글로벌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에는 북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종종 올라온다. 2015년에 아들과 일주일간 북한을 방문했다는 마헤시 머시는 “지구 상에서 마지막 공산주의 독재정권이 무너지기 전에 호기심에 갔다. 일생일대의 여행이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여행작가라고 소개한 비요른 크리스티안 톨 리센은 북한에 대해 “빈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케냐·인도·볼리비아와 같은 나라를 여행하며 봤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 여행 이후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후기를 남겼다.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김일성 광장에서 군인들의 걸음걸이를 흉내내는 모습.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김일성 광장에서 군인들의 걸음걸이를 흉내내는 모습. 북한 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북한 여행은 개인이 아닌 단체로 이뤄지며 자유여행이 없다. 여행객들에겐 감독관이 붙어 밀착 감시를 하기도 한다. 여행 상품은 평양시내 투어, 평양마라톤 대회 참가 등 다양한 편이다.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에 소개된 이달 여행상품을 보면 평양시내 자전거 관광과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포함된 4박5일 일정이 1145유로(20일 환율기준, 145만원)다. 고려투어스는 7월에 시작되는 7박8일 여름휴가 상품으로 신의주 국경마을 관광과 금강산 하이킹 등을 포함한 패키지여행을 1인당 1850유로(235만원)에 판매 중이다.

북한 여행에서는 엄격한 규칙이 요구된다고 한다. 여행객들의 후기에 따르면 북한은 입국시 여권을 모두 수거해 간 뒤 출국 때 돌려준다. 대신 한글로 쓰인 외국인 신분증을 주어 여권 대신 쓰도록 한다. 야간에는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사진도 허락된 곳에서만 찍을 수 있다. 노트북, 태블릿 피시 등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지만 위치확인시스템(GPS)은 쓸 수 없다. 정치 선전물을 훼손해서는 안 되며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접거나 찢어서도 안된다.

규칙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처벌은 혹독하다. 호텔에서 정치 포스터를 가져가려던 웜비어는 15년 강제노역형을 받고 억류됐다. 미국인 제프리 포울은 2014년 북한 여행 중 나이트클럽 화장실에 성경을 놓고 갔다는 이유로 수개월 동안 구류를 살기도 했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스 홈페이지 갈무리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스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에선 웜비어의 사망으로 북한 여행 제한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그동안 여행 위험지역 경고 수준에 그쳤는데 여행비자 제한 조처까지 고려하고 있다. 미 의회에선 지난달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북한 여행 전문 여행사들도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을 중단하겠다”고 잇따라 선언하고 나섰다. 웜비어가 이용했던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는 20일 페이스북에 “이제 미국인들이 북한을 여행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미국 시민에게 북한 여행을 더는 주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코리아 투어스도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인 여행 주선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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