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된 민간잠수사 김관홍씨가 2015년 12월16일 서울 중구 YWCA 강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뒷일을 부탁합니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난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의 추모문화제가 17일 열린다. 이날은 김 잠수사가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지난해 6월17일 오전 7시52분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서울 광화문에서 추모제를 준비중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 세월호 유가족들은 “김관홍 잠수사가 생전에 함께 회의하면서 마련했던 세월호 피해지원법(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하루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김 잠수사가 떠난 지 1년, 그가 생애 마지막까지 애썼던 세월호 피해지원법 개정안의 현재를 짚어봤다.
■ ‘김관홍 잠수사법’ 여전히 계류중
세월호 피해지원법은 2015년 1월28일 제정돼 3월29일에 시행된 법안이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신속한 피해구제와 생활 및 심리안정 등의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행법은 희생자와 피해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게 규정돼 있어 세월호 참사로 직간접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20일 의원 70명의 대표발의자로 나서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박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관홍 잠수사와 함께 준비했었다”고 밝혀 이 개정안은 ‘김관홍 잠수사법’으로도 불렸다.
법안은 △희생자 혹은 피해자의 범위를 구조 활동과 수습활동을 진행한 민간인 잠수사, 소방공무원, 단원고 재학생과 교직원 등으로 확대 △배상금 및 위로지원금의 대상을 ‘416 세월호참사로 인한 손해’ 외에 ‘참사와 관련하여 발생한 손해’로 확대 △사망하거나 다친 민간잠수사는 의사상자, 희생된 기간제 교원은 순직공무원으로 인정 △피해자가 완치될 때까지 의료지원, 심리치료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안 확인하기)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3년이 넘도록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발의만 됐을 뿐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고 김관홍 잠수사와 박주민 의원 등이 함께 한 ‘김관홍 잠수사법’ 발의 이후에도 세월호 피해지원법 개정안은 여러 의원들에 의해 지금껏 7차례나 발의됐다. 이중 처리된 법안은 단 1건 뿐이다.
■ 박근혜 하야하니 세월호 뜨고, 피해자 지원도
김관홍 잠수사법 발의 이후에도 세월호 피해지원법 개정안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돼 여러 의원들에 의해 지금껏 7차례나 발의됐다. 이중 유일하게 처리된 개정안은 미수습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신청 기한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이다. 미수습자 수습이 완료되기 전에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끝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민법상 3년으로 정해진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도 특례를 적용해 5년으로 늘렸다. 지난 3월17일에 발의됐던 법안은 국회 본회 통과까지 13일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는 같은달 22일 세월호가 1073일만에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긴급하게 처리됐다.(▶관련기사:
<연합> 농해수위, 세월호 미수습자 배상 지급신청 3년 연장안 처리)
지난 3월3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세월호에서 희생된 기간제교사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세월호 인양,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김관홍 잠수사법과 별개로 이 법이 구제하고자 했던 피해자들의 막힌 숨통을 틔우고 있다. 지난 2월 수난구호업무에 종사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과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정된 수상구조법(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세월호 민간잠수사들이 정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당시 26살)·이지혜(31)씨의 순직 처리 절차도 시작됐다. 세월호 기간제 교원의 위험직무순직 인정 근거 마련을 위한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 등이 마무리되면 두 교사는 참사 이후 3년3개월만인 오는 7월에 순직을 인정받게 된다.(관련기사: ▶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절차 착수)
변화는 시작됐지만 갈 길이 멀다. 세월호 침몰과 인양때 두번의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진도 어민들은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의 보상이 터무니없다며 정부에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중이다. 미역·톳 등 어장이 황폐화 돼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주민들은 이번 인양과정에서만 190가구가 36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진도군에 신고했다.(▶관련기사:
진도어민 “기름피해 보상비 아닌 방제비 못 받는다”) 미수습자 수습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치료, 생계 지원도 필요하다. 9명의 미수습자 중 지금껏 고창석 교사, 단원고생 허다윤·조은화양, 이영숙씨 유해의 신원만 확인된 상태다.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가족분들의 치료지원이 끝난 상태인데 이분들 고통이 아직 커 지원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김관홍 잠수사가 함께 한) 세월호 피해지원법 개정안은 개별보호법보다 범위가 넓기 때문에 조속하게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