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구멍난 보육료 감독체계
아이를 키우는 일에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이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국공립 어린이집 대폭 확충(아동수 대비 40%)과 표준보육료 현실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았기에 이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 예산안에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어린이집 보조교사 채용 등 보육예산이 대폭 확충되었다. 그런데 과연 지금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막대한 재원은 어떻게 쓰여지고 있을까? 지난달 12일, 인천지방법원에서는 어린이집 원장이 허위로 식자재 납품 거래명세서를 조작하여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보조금인 기본보육료를 부당하게 지급받은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2013고정1831)이 나왔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A어린이집의 원장 B씨는 식자재 납품업자인 C씨로부터 식자재 납품을 받아주면 식자재 대금을 부풀린 후 그 차액은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B씨는 C씨로부터 실제로는 140만원 상당의 식재료를 납품받고도 부풀린 대금 240만원을 입금하였다가, 다음달 초 C씨로부터 차액인 100만원과 허위거래명세서를 받은 다음, 허위 거래명세서 내역을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입력하고, 보조금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4개월동안 총 500만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그러나 법원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B씨가 잘못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받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먹는 먹거리의 대금을 부풀려 거액의 돈을 개인적으로 챙긴 것이다. 도대체 A어린이집 아이들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했을까? 그러나 법원은 원장을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우선 이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복잡한 어린이집 지원 구조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어린이집 중에 국공립 어린이집처럼 인건비를 지원받는 곳은 ‘정부지원시설’이라고 부르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정부미지원시설’로 구분한다. 그러나 ‘정부미지원시설’이라고 하여 정부의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는 구조가 다를 뿐이다. 정부지원시설은 필요한 비용 중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아동별로 부모가 아이사랑카드로 결제하는 금액이 지급된다. 그런데 정부미지원시설은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으며, 영아의 경우에는 아동정원수에 따른 기본보육료를 어린이집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부지원시설과 마찬가지로 아이사랑카드에 따른 아동별 지원으로 보호자에게 지원한다. 정부미지원시설 유아의 경우에는 아이사랑카드에 따른 지원 외에는 기본보육료가 따로 지원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복잡한 어린이집 지원 구조의 흠결로 어린이집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도 이에 대하여 정부가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B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관련 법규인 영유아보육법과 관련 규정 어디에도 기본보육료를 어떤 용도에 써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즉 관련 규정에서는 어린이집 재원 아동수와 출석일수에 따라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할 기본보육료의 구체적 금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지, 지원요건을 위반하거나 허위로 지급받아도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입법의 흠결로 어린이집 지원금이 ‘눈먼 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보육료가 아닌 학부모들이 아이사랑카드로 결제하는 금액은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2012두28032)이 보호자의 아이사랑카드로 결제되는 지원금은 어린이집에 대한 보조금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 사용 명목으로 어린이집을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렇다면 기본보육료도 아이사랑카드 지원금도 통제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집 원장이 교사들에게 제대로 인건비를 지급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먹이는지 여부가 확인이 가능할까?
미래세대인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해서 지원되는 예산이 좋은 보육환경과 좋은 돌봄을 위하여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수도 있다. 어린이집 지원, 이제 제대로 검토하며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변호사)
연재HERI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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