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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행 꿈꾸던 발달장애아들…전세기 띄워 하늘을 날다

등록 2017-05-30 20:09수정 2017-05-30 23:04

승객피해 우려해 비행기 못 탔지만
전세기 후원 ‘효니프로젝트’ 보도뒤
SNS로 사연 알려지며 정성 모여
장애아·가족 200명 제주행 성사
공항서 이륙하자 환호와 눈물
“아이들 풍광 많이 누렸으면…”
임호진(앞쪽 오른쪽)군과 어머니 라영희씨 등 ‘효니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30일 아시아나항공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을 떠나 제주도에 도착한 뒤 비행기에서 걸어나오며 환하게 웃고 있다. ‘효니 프로젝트’는 그동안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해 항공기 탑승을 포기해야만 했던 발달장애아와 가족들에게 첫 항공 여행의 꿈을 이뤄주고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에서 기획했다. 발달장애아 80명과 가족 107명이 2박3일 동안 함덕해수욕장, 매일올레시장, 천지연폭포 등 제주도 주요 관광지를 여행한다. 제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임호진(앞쪽 오른쪽)군과 어머니 라영희씨 등 ‘효니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30일 아시아나항공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을 떠나 제주도에 도착한 뒤 비행기에서 걸어나오며 환하게 웃고 있다. ‘효니 프로젝트’는 그동안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해 항공기 탑승을 포기해야만 했던 발달장애아와 가족들에게 첫 항공 여행의 꿈을 이뤄주고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에서 기획했다. 발달장애아 80명과 가족 107명이 2박3일 동안 함덕해수욕장, 매일올레시장, 천지연폭포 등 제주도 주요 관광지를 여행한다. 제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오전 10시께,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공항 2층 수속카운터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의 표정은 구름 걷힌 하늘처럼 환했다. 발달장애인 80명과 가족 107명, 가족들의 손발이 되고자 모인 자원봉사자 등 200여명이 제주도로 첫 나들이를 떠나는 날이다.

‘발달장애아와 가족들이 단 한 번이라도 맘 편히 비행기를 탈 수 없을까.’ 두 달 전, 발달장애아를 둔 네 명의 엄마들이 머리를 맞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에서 활동하는 엄마들은 그동안 승객들에게 피해가 될 것을 염려해 비행기 탑승을 포기해야만 했던 발달장애아와 가족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리고, 이들에게도 여행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효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한겨레> 보도(<한겨레> 5월4일치 11면:효니 프로젝트: 발달장애아를 위한 전세기를 띄워라! )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면서 여행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았고, 200석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띄울 수 있게 됐다.

11시50분께 비행기 바퀴가 땅에서 떨어져 하늘로 올랐다. 조용했던 비행기 객실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몇몇 부모는 아이들과의 첫 여행에 눈물을 훔쳤다. 발달장애인 최문봉(25)씨의 어머니 이인숙(55)씨는 불안해할 아들을 위해 손을 꼭 잡고 괜찮다고 말해줬다. 이씨 남편은 1년간 뇌졸중으로 투병하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남편 병간호로 힘든 시간을 보낸 이씨는 아들과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여행을 신청했다.

이씨는 “남편을 보내고 너무 힘들어서 심리치료를 꽤 오래 받았다. 어디든 떠나자는 생각에 여행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용산구에 있는 복지시설에 다니는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어 언론에 꼭 알리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탑승을 환영합니다. 제주에서 아름다운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비행기가 제주국제공항 상공에 이르렀을 때 기내 방송이 나오자 박수가 쏟아졌다. 아시아나항공에서는 본사와 제주공항 서비스지점 소속 직원 12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비행엔 승무원 2명이 추가로 탑승해 기내 서비스를 도왔고, 의료서비스팀 소속 간호사도 동승했다.

제주에 도착한 발달장애아동들의 표정은 밝았다. 짜증 내고 소리 지르던 평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늦은 점심에 밥그릇도 뚝딱 비웠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산책을 즐겼다. 버스로 이동하는 길엔 서로의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

‘효니 프로젝트’에 참가한 발달장애인 백종남(왼쪽)씨와 조상민씨가 30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메이즈랜드의 조각상 앞에서 손을 맞잡은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효니 프로젝트’에 참가한 발달장애인 백종남(왼쪽)씨와 조상민씨가 30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메이즈랜드의 조각상 앞에서 손을 맞잡은 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번 나들이엔 박원순 서울시장도 동행했다. 지난해 6월 발달장애아 부모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시 지원 촉구 등을 요구하며 42일간 노숙 농성을 벌였다. 서울시가 전담반을 꾸려 지원방안을 찾기로 해 매듭을 풀었다. 박 시장은 이때부터 부모들과 인연을 맺고 지원해왔다고 한다. 박 시장은 “발달장애인들을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시각보다는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서울시도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갈 것이고, 함께한 시간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예술인들도 뭉쳤다. 예술인들은 이날 저녁 7시30분께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관광극장에서 자선공연을 펼쳤다. 가족들은 2박3일 동안 함덕해수욕장과 매일올레시장, 천지연폭포 등 제주도 주요 관광지를 여행한다. 김종옥(55)씨는 “장애 정도가 심해서 여행하는 걸 엄두도 못 냈던 아이들도 왔으니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제주 공기와 풍광을 더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신소영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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