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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 ‘셀프 개혁’ 요구에 몸 낮춘 경찰 “국민 의견 듣겠다”

등록 2017-05-25 21:23수정 2017-05-25 22:03

청와대 “본격 수사권 조정 앞두고
경찰에 제대로 준비하라는 신호”

경찰 “거부한 인권위 권고 재검토
시민단체와 구금시설 개선안 논의
경찰관 교육 강화방침도 마련중”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5일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 인권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걸고 인권친화 등 구체적 변화를 요구하자, 경찰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동안 무시했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몸이 바짝 단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경찰과 검찰이 각각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갖되, 검찰은 필요한 경우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보충적 수사권을 보유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여당 의원들은 이와 관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해 놓은 상태다. 민정수석실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예고했던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 주문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도중에 나왔다. 대표적으로 인권침해가 잦은 기관이 경찰인데, ‘수사권 조정’을 통해 권한이 강화될 수 있으니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인권침해 행태를 없애도록 노력하라는 뜻이다. 조 수석은 “그건(수사권 조정은) 이뤄져야 하지만 여러 전제 중 하나가 인권침해적 요소를 방지하는 내부 장치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격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을 앞두고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받을 준비를 제대로 하라’고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막강한 조직을 가진 경찰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자적 수사권을 확보할 경우 오히려 국민의 인권 침해 가능성만 높일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차단할 대비책을 경찰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찰은 수사권을 위해서라면 청와대 요구에 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바짝 엎드렸다. 진교훈 경찰청 현장활력티에프 단장은 “인권위 권고 중 경찰이 과거 수용하지 않았던 것들을 재검토해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 특히 구금시설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를 시민단체 등과 논의해 개선 방향을 찾고 있다. 경찰 인권교육 강화 방침도 마련 중이다.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이 이날 “행정경찰이 수사경찰의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처가 경찰 내부에서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부분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국가정보원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시켜 대선에 영향을 미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긴 했지만, ‘행정경찰의 수사 개입’의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경찰 관계자는 “지도부가 수사부서에 수사 관련 지시를 직접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 수사부서와 비수사부서 분리 방안 등 어떤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경찰이 일단 수사권을 갖기 위해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앞으로 실질적인 개선안을 내놓기까지는 청와대와 시민사회의 철저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경찰은 법무·검찰 고위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 고발인을 조사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5일 오후 고발인인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등을 조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2일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사 10명을 뇌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만찬이 벌어진 서울 서초동 ㅂ식당에 대한 기초조사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장에 해당 식당 위치가 없어서, 가서 확인했다. 식당 관계자 등도 면담했다.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피고발인 및 참고인 소환조사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같은 내용으로 고발된 사건의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한 상태다. 경찰의 한 고위 인사는 “제 식구에 대한 ‘셀프 수사’ 결과를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건은 검찰보다 경찰이 수사를 맡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재현 이정애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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