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21일 저녁 경기 과천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동연(60) 후보자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언론에 기고한 칼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5월4일치 <중앙선데이> ‘김동연의 시대공감’에서 그는 2013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큰아들(당시 28살)을 잃은 슬픔을 떠올리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했다.(▶관련기사
<중앙선데이> 김동연의 시대공감-혜화역 3번 출구)
당시 칼럼은 “혜화역 2번 출구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걸었던 길이다. 꽤나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 대학로 소극장에서의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러 가는 길목이어서였다. (…) 같은 혜화역에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년 반 전, 갑자기 힘든 병을 얻은 큰 애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였다. 병원 가는 길인 혜화역 3번 출구는 가슴 찢는 고통을 안고 걷는 길이 돼 버렸다. 서로 마주 보는 두 길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탄식이 나오곤 했다”고 시작했다.
이어 그는 “정말 꽃 같은 학생들이 세월호 사고로 희생됐다.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남 몰래 눈물을 닦았다. 아내는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을 정도였다. 떠난 자식에 대한 애절한 마음과 간절한 그리움을 누가 알까. 자식을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라며 아들을 잃은 슬픔을 떠올렸다.
그는 “옆에서 많이들 그런다.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것이라고. 일에 몰두해 잊어보라고. 고마운 위로의 말이긴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자식 대신 나를 가게 해달라고 울부짖어 보지 않은 사람, 자식 따라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아픔이란 것을”이라고 한탄했다.
‘생각의 서랍장’을 만들어 그리움, 사랑, 분노, 안타까움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번 사고로 많이 아프다. 어른이라 미안하고 공직자라 더 죄스럽다”면서 “2년여 투병을 하다 떠난 큰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데, 한순간 사고로 자식을 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하니 더 아프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그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는지, 그분들 입장에서 더 필요한 것을 헤아려는 봤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판자촌에서 자라 상고와 야간대를 졸업한 대표적인 ‘흙수저’다. 기획재정부 2차관과 예산실장,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들을 잃을 당시 이명박 정부 국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던 그가 아들 장례를 치르고 오후에 출근해 다음 날 발표할 ‘원전 부품비리 종합 대책’을 점검했었다는 일화도 알려져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SNS에 회자된 그의 칼럼에 누리꾼들은 “아픔이 있어서 아픔이 있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겠죠. 부디 국민을 위한 공복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hwji****)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늠하기 힘든 영역입니다…산 사람은 살던대로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모진 길이지요. 하시던대로 열심히 일해주십시오”(cork****)라며 응원의 글을 남겼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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