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헌화 및 분향한 후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행정자치부가 올초 ‘묵념대상 임의 추가금지’ 등의 방식으로 국가통제를 강화해 논란이 된 ‘국민의례 규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달까지 대폭 재개정해 시행할 예정으로 확인됐다. 재개정되는 국민의례 규정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승인하게 되는 ‘대통령 훈령 1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행자부가 최근 행정예고를 마친 ‘국민의례 규정 일부 개정령’을 보면, 묵념 방식 등이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시도한 개정 전으로 돌아간다. 올 초 박근혜 정부가 개정, 시행한 국민의례 규정은 정부 공식행사에서의 묵념 대상자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으로만 제한시켰으나 재개정안에서는 “묵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하여 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행사 주최자가 행사 성격상 필요한 경우 묵념 대상자를 추가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경우 5·18 등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항쟁 희생자는 물론 세월호 희생자 등도 정부 공식행사에서 묵념 제한을 받게 된다.
실제 특정 행사의 묵념대상을 놓고 보수세력이 반발한 사건 등이 발생하자 국민의례가 개정된 것이었다. 당시 행자부는 <한겨레>에 “묵념 대상자를 추가하려고 할 경우 부처간 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보고·승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가 논란(<한겨레> 1월5일치 1면
정부, 국민의례 때 ‘세월호, 5·18 묵념 금지’ 못박아)이 커지자 “정부 관여 없이 행사 주최자가 원하면 임의로 추가할 수 있다”고 해명했고, 이후 홍윤식 행자부 장관이 “국민의례 규정 개정안의 내용과 문안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고쳐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행자부는 지난달부터 재개정에 속도를 내왔다. 행자부 관계자는 18일 “이달초 행정예고를 마쳤고 현재 법제처 심사를 서두르고 있어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7월 중 처리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새 국민의례 규정이 문 대통령이 결재할 첫번째 대통령 훈령이 될 여지가 큰 셈이다.
이미 18일 국가보훈처가 주최한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및 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새 정부의 첫 국가기념일 행사로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다시금 이뤄졌을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국민의례 규정도 사실상 거부된 셈이다.
국민의례 규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처음 만들어져 지난해 개정이 되었다가, 묵념 제한 규정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행자부가 이번에 내놓은 재개정안을 보면 “애국가는 선 자세로 힘차게 제창하되 곡조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묵념은 바른 자세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등의 올초 신설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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