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 당초 문재인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있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변호인> 원작을 쓴 윤현호 시나리오 작가는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대통령 하나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냐?’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요즘입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이 참 많이 다르네요”라며 글을 시작한 뒤 “뒤늦게 밝힙니다만… <변호인> 시나리오에는 문재인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주요 캐릭터는 아니었고, 에필로그 직전에 잠깐 나오는 느낌이었죠”라며 시나리오 일부를 공개했다.
시나리오에는 ‘무현’과 ‘재인’의 첫 만남이 적혀 있다. 송강호가 연기한 극 중 이름 ‘송우석’ 대신 노 전 대통령의 실명이 적혀있는 게 눈길을 끈다. 대본엔 무현과 일하기 위해 재인이 사무실을 찾아온 장면이 담겨 있다. 면접 뒤 재인이 떠나고 무현은 사무장에게 “이번 연수원 차석이라면서요? 검사판사 됐으면 엘리트코스 차근차근 밟았을 텐데. 이런 데는 뭐더러 온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사무장은 “감옥에서 사법시험 통지서를 받았단다.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 임용을 못 받아 변호사로 방향을 틀었다 아이가. 대형 로펌에서 스카우트하려고 난리 아니었는데 기어코 노변과 일하고 싶단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난 이해된다. 딱 보면 모르겠나. 노변이랑 같은 과 아이가”라는 말에 무현이 씩 웃는 장면이 연결된다.
윤 작가는 “시나리오 작업 당시, 문재인 변호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그리는데 빼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공들여 적어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실화 색채를 빼는 과정에서 삭제되었고요”라고 덧붙였다.
문재인·노무현 변호사 간판이 걸린 건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노 전 대통령이 학생운동에 투신한 학생을 변호하는 모습을 담았다. 문 대통령이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로 꼽았으며 박근혜 정권의 ‘영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지 못하기도 했던 작품이다.
뒤늦게 밝혀진 시나리오 내용을 본 누리꾼들은 “이거 이 장면만 다시 찍고 재개봉해주세요”(아이디 다이아**) “글만 봐도 장면이 연상되고 설레네요”(블루**) “지금이라도 공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snd***)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