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 여성 격투기 정상을 노리는 임미성, 유아영, 강승이 선수.(왼쪽부터)
도장·대회장서 훈련모습 낯설지않아
전국체전 권투종목 40명이나 도전장
관람도 급증…여자 초등생이 남녀혼성대회 우승도
전국체전 권투종목 40명이나 도전장
관람도 급증…여자 초등생이 남녀혼성대회 우승도
통통 튄다. 몸에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 두 손 짚고 공중돌기도 식은 죽 먹기. 발차기도 일품이다. 이른바 ‘하이킥’으로 상대의 기를 죽인다. 이어지는 위력적인 오른손 뻗어 치기. 태권도 2단, 격투기 2단, 공수도 1단, 합해서 무술 5단. 긴머리 날리는 초등학생 강승이(11·김포 갑룡초등 4)양은 지난 6월 열린 명지대 교육원장배 아마추어 격투기대회 플라이급에서 우승했다. 격투기 3년 경력의 승이는 아직 남녀 구별이 없는 초등부 대회에서 남자 4명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학교 성적도 중상위권인 승이는 “커서 세계 최고의 격투기 선수가 될 것”이라며 샌드백을 다부지게 돌려찼다. 승이의 격투기 훈련 단짝인 임미성(10·갑룡초등 3)양도 격투기 입문 1년 반 만에 3차례 대회에 나가 우승 1차례, 준우승 2차례를 차지했다. 해양생명공학 전공의 대학 휴학생 유아영(22)씨도 격투기 입문 6개월 만에 대회에 출전했다가 판정패했다. 고교 시절 검도를 한 유씨는 다이어트도 할 겸 격투기 도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건강해지니까 생활도 밝아졌어요.” 유씨는 격투기의 매력에 빠져 평생운동으로 할 참이다. 스포츠에 남녀의 벽이 없어지며 격투기에 몰입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홍만의 활약을 계기로 이종격투기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이종격투기 프로선수를 노리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1년에 8차례 격투기 대회를 여는 대한종합무술격투기협회 관계자는 “한 대회에 출전하는 격투기 선수 300여명 가운데 40여명이 여성”이라고 전했다. 특히 출전 선수 절반인 150여명의 초·중·고등부 학생 가운데 30여명 정도가 여학생이라고 한다. 영화 <옹박> 이후 인구가 늘어난 타이 복싱 ‘무에타이’를 익히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일 대전에서 벌어진 한국무에타이협회 선수권대회 출전자 40명 가운데 6명이 여성이었다. 전통적 격투기인 권투에도 여성 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부터 전시종목으로 채택된 전국체전 여성권투 경기엔 여섯 체급에 40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했다. 한해 3차례 열리는 연맹 여자선수권대회에는 60여명의 선수들이 겨룬다.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여성 권투 인구를 흡수하기 위해 올해 이미 3차례의 여자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도 했고,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직접 하지 않더라도 보는 스포츠로 격투기를 즐기는 여성 인구도 급격히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종격투기 경기장을 찾는 여성은 선수 가족뿐이었으나, 최근에는 각종 격투기 관객 가운데 30% 가량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여고 시절부터 각종 운동을 좋아하다가 수련 6년 만에 최근 한국종합무술 격투기 웰터급 챔피언에 오른 최윤선(22)씨는 “격투기엔 권투, 유도, 에어로빅 등 각종 스포츠가 모두 스며들어 있다”며 “몸을 보호할 뿐 아니라 여성의 활발한 사회생활을 가능케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포/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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