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89일 만인 9일 오후 4시30분께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 철재 부두 위로 올라온 세월호가 보이고 있다. 목포/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선체가 드디어 뭍으로 올라왔다. 세월호 참사 1089일, 목포신항에 도착한 지 9일 만에 ‘마지막 여정’을 마쳤다. 해양수산부는 9일 “이날 오후 5시30분께 세월호가 특수 운송 장비에 실린 채 육지에 완전히 도착했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땅에 오르면서 9명의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 규명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해수부는 이날 새벽 최종 점검 결과, 운송 장치인 모듈 트랜스포터가 세월호를 옮기는데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오전 9시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모듈 트랜스포터 600대는 양 끝 2줄에 60대씩, 가운데 6줄에 80대씩 모두 8줄로 늘어져 세월호를 옮겼다. 세월호는 오후 1시 처음으로 육지에 들어선 뒤 오후 5시30분께 반잠수식 선박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목포신항 철재부두 위로 올라왔다. 세월호의 전체 길이는 145m가량 된다. 세월호 전체가 육지에 도착하면서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에 있던 받침대 3줄을 부두로 옮겨서 설치하고 그 위에 세월호를 올려놓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은 “육상거치는 밤이 늦어 안전상 이유로 오후 7시40분께 작업을 중지했다. 10일 오전 7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의 현재 무게는 1만7천t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왼쪽으로 누워 있어 모든 면에 무게가 고루 분포된 게 아니라서 모듈 트랜스포터가 무게중심을 잃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모듈 트랜스포터는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금 움직이다 멈추고 다시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세월호는 애초 해상크레인 이용이 쉽도록 객실이 바다를 향하게 거치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여 객실이 부두를 향하도록 했다. 현장을 참관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모두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오는 모습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해수부는 이날 작업이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고, 목포신항 철재부두의 넓은 반경이 필요해 가로 300m, 세로 300m의 통제라인을 설치했다.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세월호는 지난달 31일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목포신항에 도착했지만 세월호 무게 등으로 차질을 빚는 바람에 일정이 계속 늦어졌다. 인양 작업의 핵심인 세월호 선체 무게가 오락가락 하면서 지난 5일에서 7일, 다시 9~10일로 육상 거치 날짜가 미뤄졌다. 앞서 두 차례 트랜스포터 점검을 했지만 세월호의 하중이 집중된 객실부 선수(뱃머리)와 선미(배 뒷부분)가 들리지 않았다. 결국 모듈 트랜스포터를 120대 추가해 총 600대로 늘리면서 세월호 운송 작업이 가능해졌다.
세월호가 육상에 거치되면 선체 세척과 방역작업, 안정도 검사 뒤 선내 수색이 시작된다. 해경과 119 소방대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 등으로 수색·수습팀과 신원확인팀이 구성돼 있다. 정부는 세월호 선체를 거치한 목포신항 철재부두 안에 관련 시설을 마련해 선내 수색과 미수습자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추출, 유류품 분류·세척·보관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미수습자 유전자 표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본원에서 약 3주간 분석해 신원을 확인하고, 유류품은 담당 지자체인 목포시가 관리해 주인이나 유가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다.
김소연 기자, 목포/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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