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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소녀상 세대’의 탄생

등록 2017-04-06 19:42수정 2017-04-07 01:27

‘위안부’ 제대로 배운 첫 세대
12·28 합의 논란 경험하고
평화의 소녀상 부각되며
‘내 또래의 일’로 받아들여
5일 고 이순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처음엔 쓸쓸하던 이 할머니의 빈소에 학생들의 조문 행렬이 늘어섰다. 4일 이 할머니 빈소를 찾았던 1인미디어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세브란스병원인데 빈소가 썰렁하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자 교복 입은 고등학생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대학생까지 조문에 나선 것이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화여대 학생들 삼사십명이 연이어 조문을 와 울음을 토해냅니다. 할머니 보내는 길에 함께해주신 1400여명 조문객들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고 썼다.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유지예(20·국어국문학과)씨도 5일 친구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유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5년 한-일 ‘12·28 위안부 합의’ 소식을 접한 뒤 ‘위안부’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고, 대학 진학 뒤 위안부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한 모임인 ‘평화나비 서포터즈’로 활동했다. 유씨는 “젊은 세대가 더욱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련된 곳에 ‘1020 세대’가 북적이고 있다. 매주 열리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엔 교복 입은 중고생들이 주요 참가자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소녀상 지킴이 활동의 중심에도 1020들이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1020의 높은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먼저 학교에서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배운 바탕 위에, ‘12·28 위안부 합의’ 등 사회적 논란을 겪은 세대 공통의 경험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20 세대는 학교에서 ‘위안부’에 대해 제대로 배운 첫 세대다. ‘위안부’ 문제는 1996년 중·고교 국사 교과서에 처음 수록됐지만 한줄 언급에 그쳤고, 본격적으로 교과서에 언급된 건 2002년부터다.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상징하는 실체적 아이콘으로서 ‘평화의 소녀상’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도 기폭제가 됐으리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 ‘12·28 합의’ 당시 일본이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틀 만인 12월30일부터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곁에서 ‘소녀상 수호 노숙농성’이 시작됐다. 46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 노숙농성 현장에선 농성에 참여한 20대 대학생들과 이들을 찾아 격려를 보내는 중고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노숙행동을 이끄는 ‘일본군 위안부 사죄배상과 매국적 한일합의 폐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최혜련(22) 대표는 “어린 친구들일수록 수요집회 등에서 할머니나 소녀상을 보면서 많이 울고 간다”고 말했다. 또래 모습의 소녀상을 접하며 1020 세대가 피해자 아픔에 더 깊게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안부의 아픔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소녀상 세대의 탄생인 셈이다.

청소년들은 이제 직접 ‘소녀상’ 건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 이화여고 학생들은 모금을 통해 교내에 ‘작은 소녀상’을 세웠다. 전국 학생들에게 동참을 촉구했고, 지금까지 28개 고교에 소녀상이 세워졌다. 성환철 이화여고 역사교사는 “아이들이 독도·역사 교과서 문제는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반면 ‘위안부’ 문제는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문제로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황금비 박수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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