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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용수 할머니가 ‘동백꽃 할머니’를 쓰다듬었다

등록 2017-04-05 16:42수정 2017-04-05 22:09

전날 이순덕 할머니 별세 후 첫 수요시위…1277번째
수학여행 온 제주여중, 양곡고 학생들과 함께해
“역사적 사실을 더 배우고 알리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한 다음 날인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열린 ‘제127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또 다른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이 할머니의 영정사진 옆에 앉아 정대협 활동가 손을 맞잡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한 다음 날인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열린 ‘제127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또 다른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이 할머니의 영정사진 옆에 앉아 정대협 활동가 손을 맞잡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동백꽃 할머니’가 떠난 다음날 비가 내렸다. 5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노란 나비’ 종이를 옷에 붙인 사람들 2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4일 세상을 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를 추모하며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1277번째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였다. 무대 앞 의자 위엔 가만히 미소짓는 표정의 할머니 영정이 놓였다. 그 옆에 앉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영정을 쓰다듬었다.

이날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대표는 무대에서 “할머니는 생전에 ‘내가 일제에 끌려가 당했던 고통을 누군가 다시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일본이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순덕 할머니를 가리켜 “비가 오나 안오나 일본에 사죄를 요구해, 추운 겨울에도 지지 않는 동백꽃 같아서 ‘동백꽃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이어 “할머니가 아파서 입원한 사이 2015년 12월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다”며 “합의에는 피해 할머니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법적 배상과 사죄, 책임자 처벌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비를 맞으며 ‘위안부 합의 원천무효’, ‘공식사과 법적배상’ 구호를 외쳤다.

4일 오전 눈을 감은 이순덕 할머니는 1918년생으로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 가운데 최고령이었다. 이 할머니가 영면함으로써 12·28 합의 이후 벌써 9명의 피해자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 이제 정부 등록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38명만 남았다. 이날 정대협은 일본의 출연기금 10억엔으로 꾸린 ‘화해치유재단’의 이름으로 할머니 빈소에 조화가 왔지만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4일 할머니 빈소에 직접 가지 않고 외교부 간부를 통해 방명록에 대신 이름을 남겨 ‘대리조문’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윤 장관은 12·28 합의 이후 병상에 있는 위독한 피해자 할머니 2명을 방문하는데 그쳤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한 다음 날인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열린 '제127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청소년들이 한국과 일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참석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한 다음 날인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열린 '제127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청소년들이 한국과 일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참석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제주여중 2학년 학생들은 수학여행 일정 중에 수요시위에 참석해 손등으로 비를 가리며 자리를 지켰다. 이 학교 학생인 정재윤(14)양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증언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남지 않았단 생각이 든다. 역사적 사실을 더 배우고 알려서 힘이 되어드려야겠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의 양곡고 3학년 학생들도 ‘마음 속 상처, 우리가 짊어져야 할 숙제’, ‘그들의 청춘을 돌려주세요’라는 문구 등을 영문, 일문으로 함께 적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석했다. 할머니 빈소에 들렀다가 수요시위에 참석한 김선희(40)씨는 “시민들의 마음이 모이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를 보지 못하고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새 정부는 피해 당사자가 인정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박수진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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