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만8500여명 남·여 기재 잘못
여성이 더 내고 해지환급금 덜 받아
시민단체 “금감원이 점검해야” 요구
회사쪽 “전산오류 탓…피해자엔 보상”
여성이 더 내고 해지환급금 덜 받아
시민단체 “금감원이 점검해야” 요구
회사쪽 “전산오류 탓…피해자엔 보상”
국내 최대 손해보험회사인 삼성화재가 특정 연금보험 상품 가입자 중 1만8000여명의 남여 성별이 뒤바뀐 사실을 오류 발생 10년이 지나서야 알아차린 것으로 드러났다. 뒤죽박죽된 성별 처리 때문에 ‘여성은 더 내고 덜 받고, 남성은 덜 내고 더 받는’ 식의 오류가 일부 가입자에게 발생했다. 삼성화재는 “다른 상품엔 오류가 없다. 손해 본 일부 고객의 손실은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의 허술한 데이터 관리상황을 금융감독기관이 직접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삼성화재의 지난해 7월 내부 회의문건인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마이그레이션(이동)시 데이터 정비 이슈’와 회사 설명을 종합하면, 이 회사가 2003~05년 사이 판매한 ‘연금저축 손해보험 소득공제단체’(연금보험 단체) 보험 가입자 중 1만8500여명의 성별이 뒤바뀌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각 고객 가입 당시에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주민번호 뒷자리 첫 숫자 1을 2로 잘못 인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걸로 추정된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화재가 이런 오류를 10년 이상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6월께부터 이를 알아채고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3~05년 가입 당시 발생한 문제였다는 삼성화재 쪽 추정에 비춰보면, 무려 11~13년 동안 오류가 방치된 셈이다.
계약 1만8000여건 중 6000여건은 중도해지됐다. 고객은 잘못 계산된 해지환급금을 받아갔다. 대체로 여성은 더 내고 덜 받아갔고, 남성은 덜 내고 더 받아갔다. 중도해지한 오류 고객 6000여명만 계산해보면,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총 1706만원 덜 받았고, 고객에게 총 25만원 덜 내어줬다. 전체적으론 회사가 손해봤지만, 고객에 따라 일부 고객은 이득, 일부 고객은 손해를 봤다.
삼성화재 쪽은 “당시 부족한 전산기술 탓에 실수가 있었지만, 자체적으로 뒤늦게나마 문제를 발견해 해결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다른 보험 상품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자체적으로 성별오류 문제를 파악한 뒤, 7개월이 흐른 지난 달 17일이 돼서야 실제로 돈을 더 지급해야하는 계약해지 고객 1100명에게 안내장을 발송했다. 안내장에 ‘성별오류가 발생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계약정보 정정사항이 확인되어 환급금이 추가 발생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1만2500여명에게는 ‘예상수령액이 바뀔 수 있다’는 등의 아무런 안내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런 오류를 이렇게 긴 기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삼성화재 주장대로 단지 이 보험만의 문제인지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인지를 확신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정기검사 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너무 디테일한 문제다. 데이터로 인한 리스크는 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모든 데이터를 매번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방준호 안영춘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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