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안양판교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지난해부터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수사가 정점을 찍었다. 영장심사 단계이긴 하지만, 법원이 주요 혐의인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소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만큼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도 기존 혐의를 탄탄하게 하는 ‘굳히기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 동안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수 있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은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도 관련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드러난 사실관계마저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의 태도가 탄핵심판 및 영장심사 단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박 전 대통령이 기존 진술을 뒤집고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 한 법원 관계자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땐 혐의를 인정하고 형량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사건은 법리 다툼 외 정치적 문제가 섞여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인정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법원은 ‘전초전’인 영장심사 단계에서는 일단 검찰 쪽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뇌물)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승계 지원을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433억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삼성과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은 안종범 전 수석의 56권짜리 업무 수첩, 삼성 관계자들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논의한 문자메시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차명 전화 통화내역 등을 증거로 내밀었다. 특히 법원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승계 관련 약속을 받지 않고 일개 개인인 최씨에게 돈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어떤 청탁도 받지 않았다는 박 전 대통령 쪽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은 삼성 뇌물 혐의와 관련해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내놓은 수사 결과의 허점을 찾아 이를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낸 433억원은 모두 미르·케이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 쪽에 전달됐을 뿐 자신은 아무런 사적 이익을 얻은 게 없다는 기존 주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 승계 주요 과정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점은 2015년 7월로 삼성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과 최씨 쪽에 돈을 건넨 시점보다 앞선다는 점을 들어 뇌물죄 구성 요건인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새로운 혐의를 찾기보다는 기존 혐의를 탄탄하게 다져 범죄사실을 촘촘하게 다듬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가 대선에 미칠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4월17일 전에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해 재판에 넘기는 등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직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할 계획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이날 “(구속 이후) 첫 수사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구치소에 가서 (박 전 대통령을) 출장조사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어떤 방침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정해진 건 없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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