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잔뜩 녹이 슨 세월호가 공우영(62) 잠수사는 낯설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 구조 작업반장이었던 그는 세월호 도면을 보며 수많은 잠수사를 바닷속으로 내려보낸 장본인이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본 세월호였다. 공씨는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엉망이 된 배를 보니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공씨는 ‘세월호 잠수사’다. 2014년 4월 참사 직후 구난업체 언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인양 작업을 하러 내려갔다. 실종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같은 해 7월까지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 인천의 한 해양수중공사 업체 이사였던 그는 잠수 경력 30년의 ‘맏형’으로서 잠수사들을 지휘하는 ‘작업반장’ 구실을 했다.

그는 “침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선체가 온전해야 하는데 인양 과정에서 선체가 너무 손상됐다”며 ‘미수습자 수색을 위해 선체를 절단할 수 있다’는 정부 방침에 명확히 반대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히려면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보전해서 수색하는 것이 맞다”면서 “공무원들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해수부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씨가 지휘했던 민간잠수사들은 선수(뱃머리) 쪽을 중심으로 구조 활동을 폈다. 진입이 가능한 우현 쪽 선수에 있는 객실은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해저면 바닥에 깔린 좌현 쪽은 수색이 불가능했다. 공씨는 “미수습자들이 어디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수색할 수 없었던 좌현 쪽에 미수습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세월호는 공씨 개인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 수색에 나섰던 잠수사 이광욱(52)씨가 호흡곤란으로 숨지자 검찰은 그 책임을 공씨에게 물었다. “공씨가 작업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피해자가 작업 위치를 벗어났다”며 공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변호사 비용 800여만원은 세월호 구조에 함께 참여한 잠수사 25명과 ‘화장발’ 인터넷까페 회원들이 모아줬다. 광주 공익변호사모임 ‘동행’의 이소아 변호사가 적은 비용으로 2, 3심 변론을 맡아주기도 했다. 결국 공씨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는 우울증 등 후유증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된 김관홍 잠수사와 함께 김탁환의 소설 <거짓말이다>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공씨는 “정부가 죄 없는 나한테 억지로 책임을 떠넘기는 걸 보니 괘씸했다”고 말했다.

20살 때 해군 상사였던 뒷집 형의 권유로 해군 해난구조대(SSU) 부사관으로 자원입대한 공씨는 8년간 복무하고 중사로 제대한 뒤 잠수가 평생 직업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 뒤 1년 넘게 한 달에 한 번씩 재판을 받느라 일감이 다 떨어져 나갔다. 불황도 겹쳐, 지난 3년간 일이 없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제주도에서 일을 맡았던 게 세월호 이후 첫 일감이었다. 공씨는 “저도 직업군인 출신으로 이전엔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너무 당하다 보니 진보도 아니면서 보수의 반대편에 서게 됐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