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세월호 인양 고박작업(배를 고정시키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뒤 이날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정확히 1073일 만이다. 진도 사진공동취재단
3년 만에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시민들의 만감이 교차했다. 누리꾼들은 녹슬고 긁힌 채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를 보고 안도와 아쉬움, 원망이 뒤섞인 반응을 쏟아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반가움이 가장 컸다. “반드시 무사히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인양이 끝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했다.
“TV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ㅠㅠ”(pap****)
“1073일이 걸렸다. 부디 마지막까지 무사히, 모두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필요한 건 그저 잔잔한 바다, 그리고 기적”(ean***)
“지연없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세월호가 무사히 인양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미수습자 9명 모두 무탈하길 바랍니다”(onl***)
“마음이 아픕니다. 무사히 올라오길 기도합니다”(자***)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복잡한 심경을 트위터에 올렸다. “세월호 선체가 보입니다. 기뻐해야 할지…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빨리 인양할거면서… 왜 그리 긴 시간을 기다리게 했습니까? 세월호를 빨리 인양해 달라고 3년을 울부짖었습니다. 너무 허무하고…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얼마나 애통하고 있을까요.”
그간 지지부진하던 세월호 인양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검찰 조사가 끝나자마자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 “물과 쇠의 무게가 아니라 권력의 무게였구나…”(노*)라는 반응부터 “진작 꺼낼 수 있는데 탄핵되니 잽싸게 꺼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이*) 등의 반응이 나왔다.
“세월호가 지금이라도 인양 진행이 순조로워서 다행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걸릴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뭔가 있다고 본다”(kr_p***)
“지난 3년간 진짜로 인양 가능한 날짜가 하루 이틀도 없었을까요? 이렇게 쉽게 인양 가능한데…”(tai*****)
“우연의 일치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마자 세월호가 인양되는 걸까요. 3년이란 세월 동안 뭘 한 건지? 세월호의 세월 속에 파묻혀 간 과거들 무엇이 두려워서…”(pet***)
“세상에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일을 왜 못한다고 3년이란 세월을 버티고 가족과 국민들을 힘들게 했을까. 건져 올린 것 보니 조작질이 끝났나 보네”(황*연)
“이렇게 건져 올릴 수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하지 않고 외면했다”(fgc*****)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을… 화도 나고 눈물 나고…”라고 올렸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박근혜씨는 그렇게 가라앉은 세월호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세월호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썼다.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했던 김형민 방송피디는 “출근 준비하는데 옛날 옷 주머니에 단 (노란)리본이 툭 떨어졌다. 좋은 징조이리라 믿으며 가방 고리에 맨다. 이제 길고 슬픈 여행 마치시길”이라고 단상을 적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이종격투기 카페’ 게시글 갈무리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하늘에 세월호 리본을 닮은 구름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22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종격투기 카페’에 한 누리꾼(닉네임 ‘불공평하다’)은 ‘세월호 인양실험 성공적이라는데’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지금 하늘에 이런 구름이 떠 있네요”라며 강원도 원주시에서 찍었다는 구름 사진을 올렸다. 해 질 무렵 한 건물 위쪽으로 세월호 노란리본 모양의 구름이 걸려 있는 모습이다. 같은 카페 이용자인 다른 누리꾼(닉네임 ‘날아라 콩자반’)도 “원주에 파견 중이신 매형이 보내준 사진”이라며 비슷한 모습의 구름이 찍힌 또다른 사진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하늘도 함께 하는구나. 얘들아 집에 가자”(@rh0**) “별이 된 아이들이 세월호를 보기 위해, 친구를 찾기 위해 하늘에 나타났구나”(@assa***) “하늘이 눈 감고 있지 않으시네요.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그 아픈 한을 푸는 것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다”(@sat*********) “무사인양을 바라는 하늘의 뜻”(@long**********) 등 안타까움과 무사 인양을 바라는 마음을 나누고 있다.
김미영 김지숙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