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대선주자들 공약에
경찰, 검찰의 ‘수사권 조정 반대’ 공개 비판 공세
검찰은 수세적 태도…현재 상태 유지되길 바라
경찰, 검찰의 ‘수사권 조정 반대’ 공개 비판 공세
검찰은 수세적 태도…현재 상태 유지되길 바라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검경이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야당 대선 주자들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을 공약으로 내걸어 다음 정권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찰에서 선제적으로 이슈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17일 입장 자료를 내 “검찰은 검찰 개혁 방안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 강화’ 또는 ‘검사 결정의 시민 의사 반영’ 등을 제시하며 검찰권한의 분산과 견제라는 검찰 개혁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검찰을 비판했다.
그동안 검찰은 국회와 언론에 ‘수사·기소 분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경찰과 영장청구권 공유’ 등 현재 정치권 등에서 논의되는 검찰 개혁안에 모두 반대하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피력해왔다. 일례로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윤웅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세계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나눈 운영사례는 없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소규모 조직으로 정치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비리 적발 수단이 부족해서 무능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검찰 의견은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내용이다. 문제의 본질은 권한의 집중과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며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도 이 방향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이 가진 문제의 근원인 과도한 검찰권을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으로부터 독립만을 강조할 경우 오히려 검찰 권한은 통제불능으로 비대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외부에 자신들의 방침을 설명하면서도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영국과 미국의 법제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전인수식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국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16일 만 19살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내용 중, “공수처 신설 찬성한 응답자 87%”, “검찰은 기소권만 수사권은 경찰에 주는 방안에 찬성한 응답자 67.6%”로 나온 응답을 인용하기도 했다.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수사·기소권 분리를 권력기관 개혁 공약으로 들고 있다. ‘공수처 설치’를 공약한 이들은 더 많아, 위 3명을 포함해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까지 약속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경찰과 협의 후 발의한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 제출돼 있다.
이처럼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수사·기소권 분리와 공수처 설치 공약을 내자, 경찰에선 그동안 추진해온 이들 정책이 실현될 것이란 기대감에 차 있다. 검찰에선 현재 상태가 유지되길 바라기 때문에 이 문제가 논란거리가 되길 꺼려하는 태도다. 그래서 검찰은 국회 토론회에서 나가서 해명하거나 언론사의 개별 취재에 설명하는 정도로 방어적으로 대응해왔다. 반대로 경찰에선 이날 공개적으로 강한 어조의 입장 자료를 발표한데서도 보듯이, 계속 문제를 삼아 여론을 업고 대선 후보들의 공약 실행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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