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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가짜뉴스와 싸워주고 진보정당 목소리 더 전달해달라

등록 2017-03-15 18:27수정 2017-03-15 21:29

지난 1년과 앞으로의 1년
1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정현백 위원장(맨 오른쪽) 주재로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정현백 위원장(맨 오른쪽) 주재로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한 문장 뒤에는 얼마나 많은 수고와 바람이 담겨 있을까. 초 한자루 들고 광장에 나선 수많은 시민들처럼 <한겨레>도 지난 1년 놀라고, 분노하고, 울고, 웃으며 기사 썼다. 이 시간을 함께 지켰던 제6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를 계기로 지난 1년 동안 한겨레 편집방향과 보도를 되짚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긴” 지금부터 한겨레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이야기했다. 한겨레뿐만 아니라 좋은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모든 언론사를 향한 제언이었다. 이와 함께 지난 1년간의 열린편집위원회 활동도 돌아보았다. 지난 13일 저녁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제6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10차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정현백 위원장 오늘은 구체적인 기사보다 <한겨레> 기사 전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지난 1년 열린편집위원회 외부위원으로 느낀 소회도 이야기해보자.

홍성일 위원 페이지 하나가 넘어간 기분이다. 지난 금요일(10일) 한국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탄핵이라는 특정한 사건 이후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가. 지금까지 잘 던져왔던 의제들을 정리하고 그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오늘(13일) 한겨레는 각계의 대선 정책자문단도 꾸려 발표한 것으로 안다. 빠르게 대선 국면으로 들어간 부분은 좋았다.

앞으로 어떻게 한국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한겨레가 귀를 좀 많이 열었으면 좋겠다. 탄핵 국면은 시민들에게는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하게 된 사건이었다. 민의를 잘 파악하는 것이 한겨레의 과제다. 더 무겁게 다가올 숙제에 대해서 자각해야 할 것이다.

이상재 위원 지난 1년, 그 전에 비하면 칼럼진이 예전보다 알차다는 느낌을 받는다. 필자의 논지가 신문사의 논조와 지나치게 동떨어진 사례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국정농단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것에 대해서는 한겨레 역할이 컸다. 온라인에서 누구나 편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종이신문의 한계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언론의 기능이라는 것이 특종을 발굴하고, 그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고 민의를 흡수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 사건을 통해 종이신문의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한겨레 역할이기도 하다.

백미숙 위원 신문을 읽다 보면 한겨레는 무거운 느낌, 지적인 느낌이 들어 진중히 읽어야 하는 신문으로 느껴진다. 이런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종이신문으로 볼 때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문화면이나 칼럼이다. 전에는 한겨레가 문화면은 약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이제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종이신문이 독자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풍성함이다. 문화면이 주는 만족감이 크다. 특히 실버세대는 문화면을 통해 드라마를 알고, 전시회를 찾아간다. 신문에서 얻는 정보가 많다. 신문이 요일마다 특성이 있는 점도 좋아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bar’라든가, ‘미래’면은 뛰어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이승희 위원 비판의 목소리를 좀 더할까 한다. 진보 진영이나 시민사회단체가 가진 딜레마를 한겨레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최근 몇 년 동안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선뜻 하나로 목소리를 모으지 못하는 이해관계와 갈등에 대해서 한겨레 입장은 불분명하거나 비켜나 있거나, 전달하는 데 그쳤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 첨예한 노동 문제로 확장되지 않은 (창간기획)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들이 그랬다.

정권이 바뀌면 여러가지 새로운 갈등이 수면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정책결정 과정, 법 제도를 시민들로 하여금 이해하고 참여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면 개편 이후 ‘밥&법’ 면은 주목할 만했다. 일상 이면에 있는 법은 무엇이고 개선해 나가고자 할 때 쟁점은 뭔지,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지면이었다. 하지만 그런 법 이야기들만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해서인지 너무 스토리 위주로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위원장 대담이나 시론 참석자들로 비슷한 인물들이 자주 섭외된다. 시민단체들 입장도 참여연대 등 꼭대기에 있는 단체만 상대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중간급 시민단체 의견이 봉쇄될까 우려스럽다. 다른 일간지와 경쟁하며 최고의 기사를 쓰기 위해 검증된 패널과 단체, 정치가, 학자 들을 지향하는 것은 알지만 그러다 보면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발표된 대선자문단 인력풀도 넓혀보는 게 좋다고 본다.

문화면이나 esc 등에서 한겨레만의 방향성이 있는지 의아하게 여겨질 때가 있었다. 그냥 다양한 기사를 싣는 것은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한겨레가 지향하는 여가가 뭘까. 문화는 곧 소비의 패턴이기도 할 텐데 그렇다면 한겨레가 지향하는 소비가 뭘까. 한겨레가 다른 신문과 차별화되는 문화와 소비에 대한 생각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고경태 신문부문장 ‘한겨레가 문화·여가 부분에 대해 뭔가 대안적인 걸 제시해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틀이라는 생각이 있다. ‘한겨레스러움’이란 시대정신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자칫하면 고지식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위원장 그럼에도 한겨레가 생각하는 문화에 대한 일정한 틀이나 방향성은 궁금하다. 소비여력이 크지 않은 나의 무력함과 더불어 궁금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담이나 시론 참석자들 엇비슷
검증된 패널·단체만 지향하면
다양성 떨어져 인력풀 더 넓혀야
한겨레가 가진 신뢰성 바탕으로
가짜뉴스 솎아내는 코너 필요해

사회·경제분야 논쟁적 이슈에
입장 불분명하거나 단순 전달
‘문화’ 소재 다양화는 긍정적
한겨레만의 방향성 보완됐으면
‘책’ 외부서평위 꾸려보면 어떨까

최근 들어 한겨레의 1면 메시지는 정확해졌다고 본다. 지난 3월2일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두고, ‘국민이 갈렸다’는 톤으로 다른 신문들이 1면 제목을 뽑았을 때, 한겨레는 ‘두 동강은 무슨 민심은 탄핵’이라는 톤의 제목을 냈다. 굉장히 강한 메시지다. 그런가 하면 한겨레를 열심히 보는 한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치고 나가고 의제를 이끌기 위해 팩트와 매치되지 않는 기사가 보여 무리하는 듯한 인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겨레가 촛불시위의 방향을 조정하고 앞서가면서 자꾸 던져주는 느낌이 저는 좋았는데, 신문의 역할이 충실한 사실의 정리와 전달이냐 방향성의 제시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쟁거리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

홍성일 저널리즘 교과서에선 (강한 의견제시가) 단기적으로는 좋은 전략이나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파성을 내세우면 세를 규합할 수 있지만 그것이 외연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탄핵 사안에 있어서는, 교과서처럼 한걸음 떨어져 있는 태도가 과연 좋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사안의 특수성이 있었다. 문제는 탄핵 이후 어떤 어젠다를 제시하고 포지션을 유지할 것인지다. 이제부터는 톤 다운을 하고 한걸음 떨어져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이승희 사회·경제 쪽 문제에 대해서는 일관되고 명료하게 의견을 내는 것이 좀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와 같은 이슈에 대해서 대기업 노조가 반대하는 부분에 대한 보도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여론조사 해보면 20대는 굉장히 임금피크제에 찬성한다. 20대가 보수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이해관계의 반영이다. 이런 갈등들에 대해서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선뜻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한겨레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책적 방향성을 일관적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기사에 따라 흔들리는 부분이 있다.

홍성일 한겨레 기자들이 스스로 진보진영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정론직필 한다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다.(웃음)

고경태 기자마다 철학과 방향이 제각각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사명감이 흘러넘치는 기자도 있고 쿨한 기자도 있다. 여러가지 색깔 있지만 한겨레의 창간정신에 관해선 대부분 공감하고 공유한다고 본다. 정책적 방향이 흔들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는데 그럴 수 있다. 현장 기자와 데스크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편집회의를 통해 이런 부분이 끊임없이 조정된다. 한겨레가 모든 사안에 대해 어떤 하나의 단일한 입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승희 저는 정치bar에서 청와대 구조 분석한 것 재미있게 읽었다. 여론조사 분석한 것도 흥미로웠다. 일반 시민들이 잘 모르는 구석구석 이야기들이 많은데, 기사의 상당 부분은 아는 것을 전제해서 쓰일 때가 많다. 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다뤄주는 것 좋았다. 그런 영역들을 많이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정치인 공약 열거하는 기사는 재미가 없다. 공약은 공통의 이해관계 또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공약 단순 소개도 필요하겠지만 이런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배경 지식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 간간이 섞여서 나오면 좋겠다.

이상재 지역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한겨레가 거기 비켜서 있고 통신사처럼 단순히 일어난 일만을 적는 기사를 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어떤 구조로 지역기사가 생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별도섹션으로 나오는 ‘esc’나 ‘책과 생각’도 좀 정체돼 있는 것 같다. 신선함을 더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위원장 저도 책과 생각 같은 경우에는 이 책은 왜 들어가고 이 책은 왜 빠졌는지 기준이 애매하다는 생각을 했다. 신뢰할 수 있는 서평위원회를 외부 전문가들 위주로 꾸려보는 건 어떨까. 기자들이 쏟아져나오는 책을 읽고, 선정하고, 기사 쓰기에는 부담이 클 것 같다.

이승희 언제인지 기억 안 나는데 김기원 교수님 추모집 서평은 정말 좋았다. 이슈를 잘 이해하는 분이 쓴 서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소개한 서평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이상재 초기보다 열린편집위원회 기사가 지면에서 할애되는 부분이 줄었다. 초기 시작됐던 의의를 되살려서 아이디어를 얻고, 열린편집위원도 다양한 전문성 지닌 분들을 모시면 좋을 것 같다.

이승희 한겨레 열린편집위원 회의는 모니터링과 아이디어 회의가 섞여 있는 느낌이다. 기자들에게는 아이디어보다는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백미숙 저는 독자로 소박하게 와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매달 주제가 정해져 있어서 전문성이 필요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고경태 1년 동안 성실하고 예리한 지적들 해주셨다. 회의 내용이 나오면 기자들이 읽어 보고 때로는 무겁게 받아들인다. 주로 신문 지면 놓고 이야기했는데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과 순환에 대해서는 말할 기회를 만들지 못해 아쉽게 여긴다.

위원장 독자에게 열린편집위원회 지면이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모니터링이나 독자 의견을 반영하고 듣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사 내용 부분에 대해 추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신문이 가지고 있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가짜뉴스 솎아내는 코너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가짜뉴스들이 범람하면서 대중이 신뢰할 수 있는 신문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또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을지라도 한겨레가 이들의 목소리를 전해야 하는데 지면이 너무 할애되지 않고 있다. 대선 한편에서 그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전해줘야 한다.

홍성일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는 독자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이기도 하지만, 동종 업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좋은 경험이었다.

정리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허정윤

제6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위원장>

정현백
정현백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사학)




<사외 위원>

(왼쪽부터) 백미숙, 이승희, 이상재, 홍성일
(왼쪽부터) 백미숙, 이승희, 이상재, 홍성일

백미숙 동화작가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홍성일 서강대 선임연구원(언론문화연구소)

<사내 위원>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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