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디터 상대의 주먹을 피하고 내 주먹으로 상대를 때리면 이기는 게 권투다. 내가 2년 동안 권투를 해보니 피하기도 때리기도 모두 어렵다. 특히 스파링에서 상대 주먹에 맞아 몇차례 입술이 터진 뒤 ‘어떻게 하면 안 맞느냐’가 한동안 나의 화두가 됐다. 내가 찾은 ‘안 맞기 비결’은 3가지다. 먼저 동체시력을 키워야 한다. 동체시력은 상대 움직임을 헤아리는 몸의 반응속도다. 주먹을 보고 피하면 늦다. 권투 선수는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 공격을 피한다. 보통 사람의 반응속도는 빨라야 0.2초 정도인데, 뛰어난 권투 선수들은 0.16초 안팎이라고 한다. 동체시력을 키우려고 샤워할 때 물줄기 속에서 눈을 부릅뜨는 권투 선수도 있다. 주먹 앞에 눈을 감으려는 공포심을 억제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끝까지 주시하기 위해서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하다 보니, 눈을 감지는 않게 됐다. 하지만 순발력이 떨어져 주먹을 피하긴 어렵다. 결국 눈 뜨고 맞는 꼴이다. 어차피 맞는 거라면 차라리 눈 감고 맞는 게 잠시 속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으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서 있으면 두들겨 맞는다. 권투에는 ‘발로 때리고 발로 막아라’는 말이 있다. 빠르게 공격하러 들어갔다 잽싸게 빠져나와야 한다. 무하마드 알리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는 호언장담을 뒷받침한 것은 경쾌한 ‘발’(풋워크)이었다. 권투는 9할이 풋워크이고 나머지 1할은 그 발놀림에 주먹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에 달렸다고들 한다.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샌드백을 치고 있다.
권투 장갑을 끼기 전 손목을 보호하는 밴디지(붕대)를 손에 감고 있다.
연재덕기자 덕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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