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입학식에 경찰 예복을 입고 참가한 서하린(19)씨. 서씨의 아버지 고 서재웅 총경은 경찰대 5기 출신으로 2007년 퇴근 중 교통사고로 순직했다. 사진 서하린씨 제공.
사고로 순직한 경찰관의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 경찰관의 길을 걷는다.
경찰대학은 24일 충남 아산 학교 대강당에서 제37기 신입생 100명에 대한 입학식을 열었다. 이날 입학식에 참석한 서하린(19)씨는 10년 전 이맘때 아버지를 잃었다.
2007년 3월 16일은 한-미 에프티에이(FTA) 집회가 한창일 때였다. 서재웅(당시 42살) 총경은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 대장이었다. 이날 서 총경은 고위급 협상단 경호 작전을 위해 이동 경로를 직접 답사하고, 대책회의에 참석한 뒤 밤 9시 30분께 퇴근했다. 버스를 갈아타던 중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서 총경에겐 아내와 아들 3명이 있었다. 순직유족급여가 나오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아이들을 키우기는 빠듯했다. 서 총경의 아내(50)는 직접 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막내아들이었던 서씨는 어려서부터 경찰이 되겠다는 생각을 키워왔다.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데는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죠. 어릴 때는 제복을 입고 경찰서에서 일하시는 모습이 마냥 멋있다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라면서 주변 사람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도 도움받았으니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경찰이 되겠다고 했을 때도 말리지 않았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안전하게 하라”고 당부했을 뿐이었다. 서씨는 서울대 통계학과, 포스텍 창의아이티(IT)융합공학과, 고려대 수학과 등 상위권 대학 학과에도 합격했지만, 경찰대 5기 출신의 아버지를 따라 경찰대를 택했다.
서씨는 “다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면, ‘아버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거수경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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