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경비 강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이 27일로 정해진 뒤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경비·경호가 강화된 가운데 23일 오후 경찰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을 지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향해 “법관이 아닌 국회 대리인” 등의 막말을 한 김평우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의 징계가 검토되고 있다. 헌재 안팎과 헌법학계 일부에서도 김 변호사의 행태에 대해 법정모욕 등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 대한변협회장 당선자는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사자를 위해 열심히 변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재판부에 ‘국회의 대리인’ 같은 과도하게 불경한 언어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사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아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징계를 요구하는 변호사들의 진정이 들어올 경우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의 임기는 27일 시작한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품위 유지 의무’ 규정이 있어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는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대한변협회장을 맡았던 법조계 원로라니 더욱 부끄럽다. 변협 차원에서 징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들도 김 변호사의 ‘헌재 농단’ 발언을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주지 않으면 잘못됐다는 식의 주장은 ‘땡깡’에 불과한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판 지연보다 헌재 결정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 파면 결정 이후를 내다본 저급한 정치전략 같다. 앞으로 재판부 능멸에 대해 감치 명령을 하거나 법정에서 쫓아내야지 발언 기회를 계속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감치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법정모욕 당사자를 교도소, 경찰서 유치장, 구치소 등에 가두는 조처다.
법정모욕죄를 규정한 형법 제138조는 법원의 재판을 방해 또는 위협할 목적으로 법정 안팎에서 모욕 또는 소동을 벌인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법정모욕죄와 달리 법원조직법의 감치 조항은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한 사람에게 20일 이내 감치나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법 제35조는 심판정의 질서유지에 대해 법원조직법을 준용한다고 되어 있어 재판부가 필요하면 감치 명령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헌재는 법정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모욕적인 비난과 중상 모략적인 발언을 참지 말고 퇴정 명령, 감치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김 변호사의 발언은 법정모욕죄로 처벌도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법원은 유죄를 선고한 재판장에게 “닭대가리 판사. 계획적으로 뭘 했다는 증거가 있냐”고 소리를 지른 피고인에게 법정모욕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또 다른 판사는 “변호사가 재판을 포기한 것 같다. 미국이었다면 김 변호사는 바로 감치됐을 것이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의 신변 보호를 위한 개별 경호를 경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재판관 개별 경호 요청은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사건 이후 두 번째다. 한편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이날까지 요구한 최종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았다.
김민경 김지훈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