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최대한 늦추려는 포석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둘러싸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박 대통령 쪽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박 대통령 쪽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을 해온 사실이 없다. 양쪽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전혀 협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쪽은 한 언론에 일정 조율 내용이 노출됐다는 이유로 지난 8일 ‘9~10일 조사 거부’를 통보했고, 특검팀은 이튿날 “향후 비공개 조건 대면조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대응하면서 양쪽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어느 한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 대화 창구를 재가동하기 어색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특검팀 안팎에서는 크게 두가지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있다. 첫째, 박 대통령 쪽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대면조사를 특검팀의 1차 수사기간(2월28일) 만료 시점까지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설 연휴 전부터 박 대통령 쪽과 일정을 조율해 2월 초에는 대면조사를 끝낼 계획이었다. 그래야만 2월 말까지 박 대통령의 각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 및 공소장 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봤다. 박 대통령 쪽은 대면조사를 거부하면 특검팀 수사기간 연장의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사는 받되 특검팀에 시간 여유를 주지 않도록 최대한 조사 시점을 늦추려는 속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박 대통령이 특검팀의 1차 수사기간 만료 시점까지 조사를 받을 것처럼 줄타기를 하다가 끝내 조사를 거부하는 것이다. 특검팀이 수사중인 혐의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현재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10년 이상의 법정형이 가능한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특검팀 조사를 거부할 경우 직면하게 될 여론 비판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는 처지다. 법원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피의자 입장에서 보면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방패 삼아 특검팀 조사를 받지 않는 것이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선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필 김남일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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