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원 새누리당 전 홍보기획본부장.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친노에게 그나마 남아 있는 지원세력은 영화권력입니다. 영화 쪽은 어떤 정치세력보다 치밀한 홍보와 선동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친노와 영화가 손을 잡는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영화계 좌파 핵심 세력 이○, 이○○, 차○○, 정○○, 문○○”, “좌파 영화그룹과 관료그룹인 유진룡(장관) 라인이 ○○○을 영진위원장에 추천했다고 알려짐”.
청와대가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으로 바쁘던 2014년 7~9월, 당시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영화계 좌파 배제-우파 지원’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10여차례 보냈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반년 넘게 후임 위원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진위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언론인 출신 2명을 최종 후보로 추천하자 영화계 반발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조 본부장은 “○○○은 어렵게 찾아낸 우리 쪽 사람”이라며 특정 인사의 낙점 필요성을 안 수석에게 강력하게 건의하는 한편, 또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정보 탐색 결과 친노 정부 영화라인을 주도하는 인사가 (추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좌파 영화계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반대 뜻을 전달했다. 조 본부장은 “영진위원장 임명은 극히 중대한 정치적 사안”, “대통령 국정 공약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영상업계와 학계 모두 정통하고 확고한 국가관을 지닌 ○○○ 위원장 임명이 시급하다”고 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안종범 전 수석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상대로 미르재단 설립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본부장은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파 쪽 영화인들이 영진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면서 전해준 의견을 안 수석에게 사적으로 전달한 것뿐이다. 나 역시 창작자이기 때문에 누구를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실제 좌파 영화인들하고도 친하다”고 해명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카피로 유명한 조 전 본부장은 2012년 한나라당에 영입된 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파격적인 당색(빨강)과 로고를 만들었다. 그는 이날 새누리당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자 “할 말이 많지만 조용히 떠난다. 새누리당 이름이 없어지는 오늘이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탈당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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