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인 7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신청한 증인 8명을 무더기로 채택하며 변론기일을 추가로 잡자 박 대통령 쪽의 ‘지연전술’에 말려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소추위원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박 대통령 쪽이 소송 지연의 목적으로 증인을 대거 신청했는데 헌재가 절반 가까이 채택한 것은 지나치게 공정성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공정을 추구하다 신속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그 또한 재판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헌재는 7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이 증인 신청한 17명 중 절반인 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기에는 지난 1월 이미 한차례 증인신문을 했던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포함됐다. 또 헌재가 지난 1월25일 8차 변론에서 “채택된 증인과 중복되거나 입증 취지와 관련성이 적다”며 증인신청을 기각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도 채택됐다. 헌재는 이 8명의 증인신문을 위해 16일과 20일, 22일을 추가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박 대통령 쪽의 연이은 증인신청을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던 국회 소추위원단은 즉각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이미 증언을 했고, 새로운 사실을 증언할 것이 없어 보인다. 채택된 증인들이 지정된 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취소할지에 대해 재판부가 명료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에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은 “재판관 회의에서 논의한 다음 말하겠다. 피청구인 쪽에서도 협조해달라”고만 밝혔다. 변론 뒤 소추위원단인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공정성과 신속성의 균형 유지를 위해 애써온 점은 평가하지만 앞으로 신속성에 무게를 두고 재판을 진행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헌재가 이날 2월 넷째 주까지 변론기일을 지정해 탄핵심판 2월 선고는 어려워졌다. 다만 2월 안에 변론이 종결되면 이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전 선고’는 여전히 가능하다. 그러나 추가 증인신청,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대리인 총사퇴 등 박 대통령 쪽의 지연전술 카드는 여전히 남아있어 22일 이후 추가 변론이 열릴 수도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가 증인신청 여부에 대해 “없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며 “최종 변론일정이 정해지면 (박 대통령이) 나올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헌재의 이날 결정은 ‘중대한 결심’까지 언급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노력으로 풀이되지만, 박 대통령 쪽의 지연전술에 말려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불필요한 추가 변론기일 지정은 과연 신속한 결정 의지가 있는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결정”이라며 “대통령 쪽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말려들지 말고 22일 마지막 증인신문을 한 뒤 곧바로 최후변론을 열어 3월13일 전 선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만에 하나 헌재가 박 대통령 쪽의 지속적인 지연전술에 말려서 3월13일을 넘기게 되면 국민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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