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식 전 케이스포츠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의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려고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자금유용 창구라는 의혹을 받는 케이(K)스포츠재단의 운영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현식(64)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7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케이스포츠재단의 출자는 기업에서 했지만, 운영은 청와대가 맡고 있었다고 이해했느냐”는 강일원 주심 재판관의 질문에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했지만, 광의로 보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뜻이나 지시라며 전달한 적이 있느냐”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질문에는 “(안 전 수석이) 전화 통화하면서 브이아이피(VIP, 박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말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답변했다. 정 전 총장은 청와대가 운영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는 “최씨가 말한 사항이 하루 이틀 시차를 두고 안 전 수석에게서 같은 말이 나오니까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운영 개입으로 케이스포츠재단의 이사회는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 전 총장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을 통해 여러 의사결정이 집행된 것이라면 이사회는 무엇을 했느냐”는 강 재판관의 질문에 “대단히 표현하기 부끄럽지만, 이사회는 껍데기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 소추위원단 대리인이 “정 전 총장의 연락처를 누가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냐”고 묻자 “추측이지만 최씨가 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지난해 1월 안 전 수석의 연락을 받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만나 케이스포츠재단과 최씨 소유의 더블루케이(K)의 향후 사업에 대한 지원 등을 논의했다. 당시 안 전 수석이 정 전 총장에게 연락하게 된 계기가 최씨의 소개로 인한 것이라는 증언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그동안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고 일관되게주장했다.
정 전 총장은 최씨가 공익재단인 케이스포츠재단을 자신의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와 엮는 계약을 지시했다는 증언도 내놨다. 2016년 3월 재단과 더블루케이가 맺은 업무협약의 배경을 진술했다.
정 전 총장은 “저는 재단은 재단이고 더블루케이는 더블루케이인데 서로 엮이는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협약은 제가 (지시)한 게 아니라 회장님, 최순실씨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무협약 내용이 더블루케이가 수익 20∼30%를 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느냐는 질문에 이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내용은 맞지만, 구체적 규모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정 전 총장은 증언을 시작하기 전에 “수년전 당한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었고, 이 사태로 정신적 스트레스로 체력이 많이 떨어져 이유 없이 구역질이 나는 상태”라면서 “사안의 위중함을 충분히 인지했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증언 중에 구역질이 나면 말씀드리겠다”면서 재판부에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정 전 총장은 국회와 재판관들의 질문에 또렷하게 답을 하면서, ‘고영태가 최순실을 이용해 모든 일을 벌인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대통령 대리인들의 질문엔 명확하게 반박했다. 정 전 총장은 자신이 반강제적으로 사임을 하게 된 이유는 “제가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있을 때는 단돈 10원도 불분명한 자금, 정당성 없는 자금 이동은 없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가 최 회장(최순실)에게 들어가서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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