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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래 위한 대안인가, 위험한 포퓰리즘인가

등록 2017-02-06 20:11수정 2017-02-08 10:34

[밥&법] 대선정국 핫한 신상품 ‘기본소득’
보수쪽 “재정 거덜 도덕적 해이”
범진보진영선 논쟁 더 치열
옹호론 “복지제도 갈수록 허점”
회의론 “필요 계층·집단 따로있어”
무엇보다 재원조달 현실성 난제
점진적 도입 접점 찾을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달 22일 출마선언문에서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 근로능력을 잃었을 때 인간적 품위를 지켜주는 나라를 원한다. 시혜적 정치와 포퓰리즘은 이제 청산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 지사의 이런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기본소득’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성남시장을 겨냥한 의도로 읽혔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찬반 논쟁도 한층 가열되는 모양새다. 보수 진영의 기본소득 비판도 있지만, 진보 진영 내에서도 기본소득 도입 논의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기본소득이 복지제도이기는 하지만, 진보 진영이 전통적으로 지지해온 복지제도와는 구조가 완전히 다른데다 재원조달 어려움 등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강하기 때문이다.

보수 쪽에서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기본 프레임은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 나라 재정을 거덜내고, 사지 멀쩡한 젊은이에게 공짜돈을 나눠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것이 요지다. 이재명 시장이 안 지사의 발언을 놓고 “구태 기득권 보수세력이 쓰는 말”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수 쪽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밀턴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나 독일 자산가 괴츠 베르너(DM 창업주)와 같은 기업인들은 적극적 찬성론자였다. 기본소득을 도입한 뒤 기존 복지제도를 통폐합하면 복지비용을 더 줄일 수도 있다는 데 주된 관심이 있다. 지난달 핀란드에서 시작한 ‘기본소득 실험’ 역시 중도우파 성향의 유하 시필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주도했다. 이 실험을 통해 실업수당 제도를 효율화하고, 복지행정 비용을 줄이고, 근로의욕을 더 고취시킬 수 있는지가 이들의 관심이다.

논쟁이 더 치열한 곳은 범진보 진영이다. 현재 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모두 진보 성향인데, 이에 대해 같은 진보진영 인사들이 회의론 또는 신중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우선 기본소득 옹호론 쪽에서는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존 복지제도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가 평소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면, 이 노동자가 실업이나 산재, 질병 등의 어려움에 빠지거나 노후에 접어들었을 때 소득을 지원해주는 구조가 기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확대, 임금격차 심화, 일자리 감소 등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아예 사회보험료나 세금을 못 내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 이러 추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조건이나 자격을 따지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회의론 혹은 신중론자들은 “노동시장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과 임금격차 해소 등으로 해결해야 하며, 복지 정책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시행하기보다 복지 혜택을 필요로 하는 계층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업, 출산·육아, 은퇴 등으로 소득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을 때 소득보장을 강화해주는 것이 복지의 역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은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아직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재원조달 방안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기본소득 제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핀란드에서도 아직 일부 국민 대상의 한시적 실험에 머물러 있는데, 전국민을 대상으로 연간 43조원짜리 프로그램을 집권 1년차부터 시작하겠다고 하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재명 시장의 공약을 비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단순히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 수준이 아니라, (기초연금이나 기초수급 등) 기존 복지제도를 없앨지 놔둘지 등 전체 복지제도 틀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로드맵이 나와야 논의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원조달 어려움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제안되는 기본소득이 ‘아주 낮은 수준의 부분 기본소득’, 또는 사실상 ‘사회수당 확대’ 수준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 기본소득 옹호론과 회의론 사이에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인구집단에 따라 점진적으로 사회수당을 도입하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식”이라며 “신자유주의 시대에 복지국가를 확장하는 담론 전략으로,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보편적 사회수당을 제도화하는 전략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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