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으로
국민연금 ‘합병’ 찬성 외에
순환출자 해소 시한 연장
금융지주사 완화가 수사초점
공정위·금융위 특혜제공 조준
박대통령 직접 조사 뒤
이재용 부회장 영장재청구 가능성
국민연금 ‘합병’ 찬성 외에
순환출자 해소 시한 연장
금융지주사 완화가 수사초점
공정위·금융위 특혜제공 조준
박대통령 직접 조사 뒤
이재용 부회장 영장재청구 가능성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일 압수수색에 나선 세 곳의 온도차는 사뭇 달랐다. 청와대는 어느 정도 ‘예고된’ 압수수색이었던 반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전격’이란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특검팀은 이 두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삼성 뇌물’ 수사의 2라운드가 본격 시작됐음을 예고했다.
특검팀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이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훈련비를 지원받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정부의 각종 특혜를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공모 관계에 있는 최씨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경영권 승계 문제의 현안을 크게 세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 둘째, 계열사 순환출자 고리 해소, 셋째,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다.
이날 압색은 앞서 박 대통령 지시로 이뤄진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결 한가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담았던 특검팀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서 남은 두가지 특혜 제공 의혹도 규명하려는 조처로 보인다.
우선 특검팀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관련해 삼성그룹이 공정위의 특혜 제공으로 수백억원의 이득을 본 정황을 포착했다. 삼성그룹은 삼성 합병 뒤 순환출자 고리가 더욱 강해져 공정위로부터 ‘2016년 2월 말까지 문제를 해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당시 삼성그룹이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740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예상됐다. 그런데 삼성그룹은 기한 연장이 절실했고 공정위는 한달 연장을 해줘 과징금을 물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 박 대통령과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과 관련해서도 공정위와 금융위가 관여된 정황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2015년 7월 삼성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2016년 2월 정부 입법 형식으로 지주회사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려고 추진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금융계열사 보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특별법’이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공정위 결재라인인 부위원장실과 사무처장실·경쟁정책국장실·기업집단과를, 금융위 부위원장실과 자본시장국의 자본시장과, 자산운용과, 공정시장과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특검팀이 이런 의혹을 집중 파헤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위의 경우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이권에 개입하고, 독일에서 특혜 대출을 해준 이상화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을 챙겨준 의혹도 관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재개함에 따라 향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특검팀은 뇌물수수 혐의를 사고 있는 박 대통령의 조사 이후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이날 무산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이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는 태도다. 특검팀으로서는 청와대가 제한적으로 압수수색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고, 관련 증거를 인멸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던 만큼 압수수색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최씨의 국정농단, 김기춘(78·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의혹,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등 광범위한 특검법의 수사대상이 청와대 경내와 모두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라도 청와대 안에서 영장을 집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통령기록물의 경우 임의로 삭제가 불가능해 이번 수사를 뒷받침할 뜻밖의 물증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또 향후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증거를 없앤 흔적이 나올 경우 박 대통령 쪽에 불리한 정황 증거로 사용할 수도 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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